장홍석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기고] 장홍석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동해의 심해 속 푸르름은 유가족이 흘린 눈물이요. 설악산 높은 봉우리는 헤어진 형제·자매에 대한 세월의 높이만큼 쌓인 그리움이고, 남북의 허리를 자르듯 놓여있는 철조망은 이산가족의 간장(肝腸)을 끊는 한(恨)이다.

다시 현충일이 오고 있다. 어떤 분에게는 많은 음식을 가지고 와서 국립묘지에서 친척들이 만나는 뜻깊은 날이고 어떤 분들에게는 묘비 앞에서 부모·형제에 대한 보고픔으로 비석을 안고 통곡하는 슬픈 날이기도 하다. 또 어떤 분에게는 집에서 조기 달고 쉬는 날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풍경을 갖고 있는 현충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현충일은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과 전몰 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날이다. 정부에서는 1956년에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했다.

어느 사전에 보면 6월 6일 망종(芒種)에는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고 고려 현종 5년 6월 6일에는 조정에서 장병의 뼈를 집으로 봉송해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는 기록도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보리가 익고 새롭게 모내기가 시작되는 망종을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현충일 제정 당시 정부가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했다고 한다.

또한 정부가 국민의 안보의식을 함양하고 현충일기념일과 6월 25일 전쟁을 연계해서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함으로써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1970년에는 현충추념식을 거행하게 됐고 현충기념일이 현충일로 불리다가 1975년 공식적으로 현충일로 개칭됐다.

현충일에 대전현충원의 풍경은 각 묘소마다 햇살에 반짝이는 소형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이 태극기는 현충일 전날까지 1사 1묘역 결연단체와 일반단체, 직원들이 6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 땀을 흘리며 9만여 위의 묘소에 손수 묘소 왼쪽에 태극기를 꽂은 것이다. 현충일이 지나면 태극기를 수거하고 쓰레기 줍기 등 묘역 봉사활동도 실시한다.

그리고 현충일 당일 오전 10시가 되면 묵념을 위해 1분간 사이렌이 묘역 곳곳에 울려 퍼지고 유가족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묵념을 올린다.

우리가 어디에 있던 현충일 당일 이 짧은 순간만이라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묵념을 올려 보자.

이번 현충일에는 집집마다 조기를 달고 이 땅의 수많은 호국영웅들이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쳤음을 되새기고 이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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