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편도선염을 달고 살았다. 염증 때문에 늘 미열에 시달렸다. 봄이 되면 미세먼지 때문에 병원 문턱을 더 자주 드나들었고 약봉지를 끼고 살다시피 했다. 그러나 올봄에는 염증도, 미열도, 병원을 자주 가는 일도 전처럼 잦지 않다. 공공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발열 체크를 해도 정상체온이라 의심환자 취급을 받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세계 최악의 미세먼지 국가인 인도는 국가 봉쇄 조치 이후 급격하게 대기질이 좋아져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어 자신들도 놀랐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운하의 물이 맑아지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물고기가 보이고 60년 만에 돌고래가 나타났단다. 칠레의 산티아고 거리에는 퓨마가 나타나고 홍콩의 동물원에 갇혀 살던 판다는 관람객이 사라지자 10년 만에 짝짓기에 성공했단다.

브라질은 해변을 폐쇄하고 나서 모래에 묻혔던 알 속에서 바다거북이 껍질을 뚫고 나왔고 인도 뭄바이 샛강에는 홍학이 내려앉아 장관을 이루었단다. 영국 런던의 시외주택가에 사슴무리가 노닐더라는 이야기, 호주의 어느 도시 시내 한복판에 캥거루가 자유롭게 달리더라는 이야기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소식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지배한 후 생긴 일이다.

얼마 전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도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 소식이 이따금 들리던 곳이라 불안했으나 해안도로를 이용하여 자연과 벗하며 다니다가 이내 불안을 잊었다.

훈풍이 자주 불었다. 길에서 오전 작업을 마친 해녀들을 만났고 그녀들의 작업장에서 땀과 바닷물은 하나라는 사실을 작업 후 빨아 널은 속옷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메밀꽃이 하얗게 핀 드넓은 밭과 검은 돌로 쌓은 밭담의 흑백조화도 발길을 잡아 그동안 여러 차례 왔었어도 비로소 제주만의 삼다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 대표가 공익적인 시민운동을 하며 개인 계좌 모금을 했다는 이유로 횡령과 유용으로 몰리고 있다. 검찰이 이미 압수수색까지 했으나 이렇다 할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말만 무성하니 증거가 있기나 한 것인지 몹시 기다려진다.

음식은 전할수록 줄고 말은 전할수록 는다는 속담이 있다. 음식을 이웃에게 전하면 맛이나 보자며 조금씩 떼어 가는 바람에 건너갈수록 양이 줄어드나 말은 이웃에게 전할수록 자기 생각까지 보태져 늘어난다는 뜻인데 이렇게 해서 늘어난 말은 애초의 뜻과 변질하게 마련이다.

노상 종편방송만을 켜놓고 사는 사람이 마치 사적 이익을 이미 취한 양 성급하게 단정한다. 정의연이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는 그녀. 알려면 제대로나 알지. 작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때도 침 튀기며 열을 올리더니 15차 공판이 진행되도록 그 후 소식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두 눈 부릅뜨고 살피자. 그래야 가짜뉴스에 번번이 낚이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저마다 벼려온 칼날에 서로 베이지 말길 바라며 문제의 답을 찾아 스스로 지혜로워야 할 때이다.

아무리 똑똑해도 본질을 제대로 알려면 혜안이 필요하다. 가진 양식을 통해 판단한 내 생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며 듣고 본대로 함부로 말을 지껄이다간 머리채를 휘어 잡힌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입장으로는 인간이 우주의 바이러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누가 누구를 함부로 단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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