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과거 가치와는 조금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주시길 바랍니다."

2일 열린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에 처음 참석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도 밝지 않다"며 "다들 협력해서 이 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가 당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의 목표를 '진취적인 정당 만들기'로 잡았다.

그는 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도 '진취적으로 국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들을 보면 비대위의 활동 방향은 노선에 얽매이지 않고 이른바 합리적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쪽으로 가려는 듯하다.

김 위원장은 변화하지 않으면 통합당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당원들에게 보수니, 자유 우파니 하는 말을 강조하지 말라고 부탁했다고도 하는가 하면 기본소득과 사회안전망 전반에 관한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소득이나 사회안전망 같은 의제는 진보나 보수의 이념 의제가 아니라 이미 모든 대중정당의 보편 의제가 됐다는 점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공감하는 모양새다.

비록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철 지난 여의도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 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과 기대가 섞인 당부가 적지 않게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며 "변화와 혁신은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극우 일변도로 치닫던 통합당의 행태에 국민들은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며 "국민들이 전과 다른 국회의 모습을 요구하는 만큼 분골쇄신의 정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야권 혁신 경쟁의 길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이 천명한 '파괴적 혁신'은 단순히 당헌·당규에서 보수와 우파의 색만 빼서는 일으킬 수 없다.

그동안 통합당에 '기득권 정당'·'부자 정당'·'꼰대 정당'·'강남 정당'·'영남 자민련'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만들었던 사람, 즉 '주류 세력'의 교체가 우선돼야 한다.

김 위원장 본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함께 초·재선 의원 각 1명, 원외 비대위원 4명으로 구성된 비대위 멤버에 1980년대 출생자를 3명 포함시켰다.

앞서 김 위원장은 4·15 총선 전 한 인터뷰에서 "1970년대 생 중 경제를 공부한 이가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몇 마디 말과 사람 몇 명 인사 조치로 이뤄질 수 없다.

누차 강조하지만 지금 통합당에 필요한 건 리모델링이 아니라 해체하고 재건축하는 수준의 혁명적인 변화다.

통합당은 총선 대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다시금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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