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충청의 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3월 12일 새벽 2시경 입사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40대 쿠팡 배달원이 경기도 안산의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빌라 건물을 오르내리는 배송 업무를 하다가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회적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플랫폼 노동의 정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플랫폼노동 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웹 사이트나 모바일 앱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그때그때 마다 일감을 얻어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일의 수행에 대해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일을 얻게 되는데 이들은 ‘일자리’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거리’ 단위로 그때그때 계약을 맺어 수입을 얻는 형태이다. 쉬운 예로 음식배달을 하는 오토바이 라이더들은 특정 음식점에 배달원으로 고용되는 경우는 드물고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주문·배달 플랫폼 앱을 통해 일감을 받아 배달 일을 수행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들이다.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플랫폼 노동자들은 한주에 평균 5.2일 노동에 참여하고 있고, 하루 평균 8.22시간을 일하며, 월평균 소득은 약 152만원이었다. 이들 중 64%는 전업으로 플랫폼 노동만을 하고 있었고 가구 총소득에서 플랫폼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4%였다. 이마저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항상 불안정하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고객과 마찰이 생기거나 혹은 고객평점이 낮거나 플랫폼의 업무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앱 접속이 차단되어 일감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플랫폼 회사는 해당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면 해당 노동자의 앱 접속을 차단하면 그만이고 차단되는 이유를 물어봐도 답변도 없다고 한다. 클릭 한 번으로 일방적인 해고가 이뤄지는 현실이다. 플랫폼 노동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은 정규직 고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는 당장 실업 상태에 놓이지 않는 대신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자기주도 성향이 강한 요즘의 Z세대가 본격 경제 주체로 부상한다면 플랫폼 노동 형태가 우리 사회에 더 단단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당장 이번 달 생계비 걱정을 해야 하는 프리랜서들이 많아졌다는 현실을 보면 절대로 플랫폼 노동에 대해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어 보인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지 노동 현장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일이 없으며, 일자리를 잃는다 해도 다음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최소한의 삶의 수준이 보장되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업체에 고용되어 일하건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건 노동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노동력 사용자가 마땅히 져야 할 모든 책임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모두 전가되는 현재의 플랫폼 노동 구조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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