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한국, OECD 국내총생산(GDP) 순위 10위로 밀렸다.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첫 하락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예견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기업에 힘을 빼는 정책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6421억8000만 달러로 OECD 회원국과 주요 신흥국 등 38개국 가운데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8위에서 두 계단 하락한 수치다.

한국은 지난해 한국의 명목 성장률이 1.4%로 OECD가 조사한 47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게 나타났다. GDP 순위도 떨어졌다. 미국(21조4277억 달러)과 중국(14조3429억 달러)은 약 7조 달러 격차를 보였다. 일본(5조818억 달러), 독일(3조8462억 달러), 영국(2조8271억 달러), 프랑스(2조7080억 달러), 이탈리아(2조12억 달러) 등이 3~7위권을 형성했다. 캐나다(8위)와 러시아(9위)에 밀렸다. 명목 GDP란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나 생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시장가격(당해 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실질 GDP가 경제 성장 속도를 보여준다면 명목 GDP는 경제의 크기를 나타낸다.

GDP 순위 하락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한국 경제가 저성장이란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던 데 따른 결과라고 본다. 물가를 감안한 지난해 명목성장률은 1.4%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고 세금을 퍼부었는데도 실질성장률은 2.0%에 턱걸이해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그중 정부 기여도가 1.5%포인트다. 전체 성장률의 4분의 3이 세금 투입 부분이라니 세금 주도 성장이나 다름없다. 설비투자는 8%나 감소했고, 기업 이익은 반 토막 났다.
정부는 앞으로도 재정을 더 퍼부어 GDP를 키우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재정지출을 9% 이상 늘렸지만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했다. GDP 순위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저 출산이란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 1분기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11%나 급감하며 합계 출산율이 0.9명으로 떨어졌다. 생산 가능인구(15~64세)가 10년간 250만 명이나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은 10년 뒤엔 1000만 명을 돌파하게 된다. 세금 낼 사람은 급감하고 세금 쓸 사람은 급증한다. 이 상황에서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려면 반 기업·반 시장 정책을 버리고 노동·규제를 비롯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재정을 풀더라도 입에 쓴 약도 함께 먹어야 병을 고치고 건강을 되찾는다.

IMF 외환위기는 경제가 잘나갈 때 우리 분수를 모르고 세계화를 향해 과속 질주하다 생긴 실족 사건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큰 충격적 위기였지만 우리는 그다지 큰 위기감을 안 느끼고 지나갔다. 외환위기 때 경험으로 기업들의 체질이 강해진 덕분이다. 반면 지금 한국은 무기력증에 빠진 ‘노쇠 병약 경제’다. 코로나 사태에 비유하자면 기저 질환자다. 노령화로 인한 경제 하강 국면에, 정책 실패까지 겹쳤다.

구조적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사드 갈등, 미·중 무역 협공에 이어, 코로나 충격까지 가해진 ‘퍼펙트 스톰(초대형 위기)’이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우리 경제는 비현실적, 비시장적, 비경기 순환적 정책으로 인해 부서졌다. 겹친 경제위기에 코로나가 한 방 더 때려준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울 기회를 준 것이고, 정부에게 정신 차릴 기회를 준 것이다. 새 출발 기회를 놓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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