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겸 천안주재 국장] 충남 천안시는 국회의원 3명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시의회도 민주당 16명, 미래통합당 9명이어서 야당이 표 대결로는 이길 수 없는 여대야소의 정치 지형이 형성돼 있다.

통합당 박상돈 시장이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기 전에는 민주당 소속인 구본영 시장이었으니 천안은 민주당 텃밭이다.

통합당 시장이 당선된지 채 두 달도 안 된 상태에서 박 시장은 다음 주 있을 시의회 시정질의라는 무대에 서게 된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4급과 5급 공무원이 답변해도 충분한 많은 사항을 굳이 시장이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다수의 위력을 과시해 초반에 군기를 잡고, 우리가 제동을 걸면 시정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공포영화의 예고편을 보여주는 것 같다.

민주당 시의원들의 이 같은 행동을 보니 '雖曰無猜 喜觀隣災'(수왈무시 희관인재)가 떠오른다.

'비록 시기함이 없다고 말하나 이웃 재난 보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박 시장이 당선됐을 때 가시밭길은 예견됐으나 다수당의 수적 공세로 시정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긴다면 유권자들에게 특정 당에 표를 몰아주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까 두렵다.

다음 시의원 선거가 2년도 남지 않았다.

시의원들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해서 표를 얻어 당선된 이들인데 벌써부터 야당 시장이 당선됐다고 초반에 군기부터 잡자는 인상을 심어주면 화살과 뭇매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

'죽은 승려 볼기치기'라는 뜻의 '遇死僧習杖'(우사승습장)이라는 말이 있다.

힘 없고 약한 사람을 공연히 괴롭히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여당은 그런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시정 발전을 위해 일해 달라고 뽑아준 시의원들이 다수 당의 위력으로 시장을 제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2년 후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小不忍 則亂大謀'(소불인 즉란대모) 즉, 작은 것을 참지 않으면 큰 일을 도모하지 못하는 꼴을 당할 수 있다.

칭찬이 매질보다 훨씬 더 낫다는 고사성어 '讚勝撻楚'(찬승달초)가 있다.

여당이 '惠諒'(혜량)을 갖고 야당 시장과 협치로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면 그 공덕이 다음 선거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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