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2013년 9월 4일로 기억한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다. 이날, 국회 사무총장실은 비상 대기했다. 당시 상황은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은 일촉즉발 위기였다. 통진당 의원 보좌관 상당수가 로텐더홀 집합하고,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몰리면서 안전사고 위험 등이 있었다. 

당시 정진석 사무총장과 홍보기획관이었던 이용호 의원은 머리를 맞대고 국회 본회의를 사고없이 안전하게 치르는 방안을 강구했다. 본회의 직전, 국회 정문 1층에서 본회의장 2층 올라가는 계단에 영화제처럼 포토존을 만들어서 의원들만 올라 갈 수 있게 만들었다. 레드카펫을 상상하면 된다. 양 옆으로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영화제 참가 배우 감독 등이 카펫을 밟고 올라가는 상황이다. 안전봉을 설치하고 본회의장 입장통로가 확보되자 의원들도 거의 한 줄로 본회의장 입장을 하게 됐다. 기자들도 바리케이드 안쪽으로 다가서기 어려웠다. 마치 주차선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그 결과, 상당히 격앙됐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이날 본회의가 진행됐다.

어떤 이들은 이런 상황처리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정도 못하느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일을 할 때 세심한 처리가 그 일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는 점은 모두 인정해야만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어떤 일이든 대충 보면 쉬워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복잡한 정치문제,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은 더더욱 세부적인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실제로 청와대나 국회 등 복잡한 국정현안을 다루는데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실무자들이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 의전이나 절차, 정당들간 의견 사전 조율 등등에서 잘 맞춰진 시계바늘처럼 빈틈없이 돌아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흘러가야 좋은 결과물이 도출된다. 

여의도 국회 본관 3층에는 의장실, 부의장실, 사무총장실이 복도를 중심으로 쭉 이어진다. 같은 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소통이 수시로 가능하다. 실제로 19대 전반기 강창희 전 국회의장 시절에는 매일 아침 정 사무총장이 의장실 회의에 참석했다.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사무총장실에 수시로 출입하면서 국회운영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소통했다. 사무총장실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국장단 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 디테일한 상황이 결정되면 최종 결정을 위해 국회의장실과 실시간 의사를 나눴다. 이런 소통에서 국회 운영 전반에 대한 틀이 이뤄지고, 세심한 운영방침이 정해진다. 

21대 국회에선 본관 3층 의장단에 충청권 인사가 대거 포진한다고 한다. 박병석 국회의장 내정자를 비롯해 국회 부의장 모두 충청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분위기다. 같은 동향이니만큼 소통도 더 잘될 전망이다. 충청은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항상 해온 만큼 21대 국회 전반기 운영에 제대로 중심을 잡아줬으면 한다.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선 허심탄회한 소통과 디테일한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고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