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청주, 수집·전시·복원 등 소개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진행
신규·기존 작품 통해 숨겨진 이야기 등 조명

 
▲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존과학자 C의 하루'(Conservator C's Day)를 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선보이고 있다. 검은 나나 설치 모습(아래)과 안료 설치 전경.

[충청일보 신홍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Conservator C's Day)를 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선보이고 있다.

미술품의 수집, 전시, 보존·복원이라는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복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미술관의 주요 업무와 일반적으로 많이 드러나지 않았던 보존과학의 이야기를 여러 작품 등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의 'C'는 보존과학자를 의미하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 '청주(Cheongju)'의 'C', 현대미술을 뜻하는 'Contemporary art'이며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술작품은 탄생의 순간부터 환경적, 물리적 영향으로 변화와 손상을 겪지만 보존과학자의 손길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는다.

탄생과 소멸이라는 일반적인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아니라 보존·복원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생로병생(生老病生) 과정이다.

전시는 상처, 도구, 시간, 고민, 생각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를 선정해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 등 5개 주제로 나눠 구성됐다.

'상처와 마주한 C'는 일상적으로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하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텅 비고 어두운 공간에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작품 소리만 울려 퍼진다.

시각적 요소가 배제된 공간에서 울리는 기계음, 파열음 등 물질의 손상을 연상시키는 각종 소리들이 긴장과 불안을 일으킨다.

'C의 도구'는 실제 사용되는 보존과학 도구와 안료, 분석 자료, 재해석된 이미지 등을 함께 전시해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

김지수 작가는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공간의 냄새와 보존과학자의 체취를 유리병에 담아 설치했다.

실제 냄새는 나지 않지만 그 시각적 효과로 보존과학실의 냄새를 상상하게 한다.

정정호 작가는 보존과학실의 각종 과학 장비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한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예측하지 못한 도구와 장비의 이미지가 보존과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기회를 제공한다.

주재범 작가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면과 면의 경계가 분명한 픽셀의 단순함을 활용, 고전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영상 속에서 보존과학자 C는 게임을 클리어하듯 작품을 복원해 간다.

'C의 도구'에는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 분석자료 등이 함께 배치돼 보존과학자의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한국 근·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과 오지호(1905~1982)의 유화 작품을 자외선·적외선·X선으로 분석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미지를 보여준다.

'시간을 쌓는 C'에서는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 됐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복원의 기록들을 담은 영상을 함께 전시한다.

야외 전시로 인해 손상이 심했던 니키 드 생팔(1930~2002)의 '검은 나나(라라)'(1967)의 복원 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의 보존 방법론을 소개한다.

또 신미경의 비누 조각 '비너스'(1998)로 현대미술의 재료적 특성을 확인하고 다각도로 실험해 보존·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C의 고민'은 작품을 보존·복원하는 과정 중에 보존과학자가 겪는 다양한 고민을 시각화 한다.

'C의 서재'는 유동적인 현대미술을 보존·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연구 공간이다.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설을 비롯해 미술, 과학 도서 등의 자료들을 함께 배치했다.

전시는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다음달 2일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가 오후 4시부터 30분 간 진행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관람은 사전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전시는 오는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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