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 우리는 동방의 예의바른 나라로 칭송을 받으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900여회에 걸친 외침 속에서도 국민이 하나가 되어 피눈물 나는 노력 속에 이 나라를 지키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四季)의 변화 속에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살아왔다. 

증자(曾子)는 효자자백행지선(孝慈者百行之先),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온갖 것에 앞 선다'고 했고, 채근담(菜根譚)에는 부자자효(父慈子孝)라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은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 이라고 했다. 지난날 우리는 아무리 가난해도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않고 자식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부모님을 봉양하며 함께 오순도순 살아왔다. 가족제도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 핵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오늘, 결혼한 자녀들은 독립을 하게 되고 나이 드신 부모님들께서는 쓸쓸한 노후를 홀로 살아가고 계신다. 

최근 들어 젊은 부부들은 조금만 어려워도 어린 자녀들을 나이 드신 부모님께 맡겨두고 가출하여 소년소녀 가장들이 생활보호 대상자로 할머니와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가정은 삶의 바탕이요, 우리의 안식처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나의 집이여, 아무리 가난해도 너는 나의 궁전'이라고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 했고,우리 에게 많은 행복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던 독일의 시성인 괴테는 '반성과 격언'에서 '왕이건 백성이건 가정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신혼여행 이혼으로 시작해서 황혼이혼으로 이어지는 이혼의 증가 속에 결손가정이 증가해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노인들은 설자리를, 자녀들은 생활의 안식처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자효쌍친락 가화만사성(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 '자식이 효도하니 양친이 기뻐하시고 가족이 화목하니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 진다'고 하여 부모에게 효도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게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60년대 월남전선에 파견된 한 국군장교의 전사소식은 젊은 아내에게 단장(斷腸)의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들 부부는 이웃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로 시작해서 청소년기에는 다정한 친구로, 나이 들어서는 한 가정을 이루게 된 축복 받는 부부였다. 국군장교로 월남전선에 파병된 남편은 시시각각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전선에서 매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편지를 띄우며 고국의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해진 남편의 전사 소식. 망연자실한 아내에게 전사 후에도 편지가 전해지고 있었다.

가정은 삶의 터전이요, 사랑의 보금자리이거늘, 오늘날 늘어만 가는 이혼의 증가는 사회문제이면서 청소년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다. 방황하는 부부들이여! 이제 가정으로 돌아가자. 헤어지기 직전에 한 발자국씩 물러서 보고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이혼 후에 남겨진 자식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무너져 가는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래 전 1월 속리산을 찾았을 때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시던 80대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리며 변해 가는 오늘의 가족관(家族觀)을 되돌아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