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코로나로 심기 불편한 요즘, 가벼운 발걸음으로 추억을 소환해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있다. 청주 수암골! 그 곳에 가면 마을 입구에 관광 안내소가 있고, 마을 어른들이 방문객들에게 방명록 작성과 마을관광 안내서를 챙겨주고, 마을 관광에 대한 안내를 돕고 있다. 그런 모습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수암골은 주민들이 현재 생활하는 공간이어서 조용히 둘러보아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옛 모습 그대로 오래된 집들과 분위기 있는 멋진 카페를 비롯해 신축 건물들 사이로 경사도가 심한 좁은 골목길들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마도 지역주민들과 대학생들 그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힘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로인해 경사진 오르막길에 형성된 작은 마을이 이제는 전국 명소가 되었다.

이곳은 지역주민들과 충북에 거주하는 예술인들과 대학생들이 ‘추억의 골목여행’ 이라는 주제로 다시 태어난 수암골이다. 좁고 경사진 골목의 담벼락은 아름다운 이야기와 추억을 불러 올 수 있는 그림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그림으로 가득 채워 져 있다.

경사진 골목에 그려 진 피아노 건반은 약속이나 한 듯, 지나가는 이 마다 통통 뛰어본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그 모습에 웃고 떠들며 즐겼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을 잡고 건반 위를 뛰면서 ‘나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로 대동단결이 되는 현장이다. 그들의 웃음꽃은 그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웠다. 상상의 골목길에선 전봇대를 오르는 소녀의 모습을 두고 경사진 골목길을 걸어가는 거라는 둥, 전봇대를 오르는 거라는 둥 바라보는 이마다 다른 생각으로 웃고 즐기는 묘미가 있다. 추억 속으로 한 달음에 달려 갈 수 있어 정겨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 할 수 있는 곳이다. 가까이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청주 시민으로서 복된 일인 듯싶다.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벽화마을 꼭대기 전망대에 이른다. 이곳에선 청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 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들이 숨바꼭질을 한다. 익숙한 듯, 설레고 정겹다. 유년시절로 소환 된 것만 같다. 골목길 끝에서 어린 시절 그 모습의 친구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 나올 것만 같다. 그렇게 익숙한 듯 걷다보면 현대적인 감각의 카페가 멋지게 나타난다. 다른 시대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마을구조의 발상이 신선했다. 골목골목마다 수암골 만이 지닐 수 있는 톡톡 튀는 맛이 있다.

한국 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 된 마을로 아픈 사연을 품은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였다. 이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났다. 수 년 전 tv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비롯하여 여러 편의 드라마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해졌다. 수암골엔 마실 이라는 마을 카페도 있다. 옛 추억을 소환 할 수 있는 추억의 간식거리가 즐비하다 달고나, 라면땅 별별뽀빠이등, 라면땅을 수업시간에 먹다가 선생님께 들켜 벌서던 일, 벌서면서 친구와 장난치다 화장실 청소까지 하던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의 마을이다. 수암골엔 왠지 반가운 이 있을 것 같고 누군가 버선발로 쫓아 나와 나를 맞이해 줄 것만 같은 익숙함과 정겨움이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