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월요일 아침에]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해마다 오는 5월은 우리에게 특별히 가정의 감사함을 되새기며 생각나게 하는 고마운 달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18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들이 모두 다 하필이면 5월에 함께 모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가정과 각종 교원 및 사회단체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들을 통해 감사의 날들을 성대하게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 2020년 5월에는 무언가 5월의 가정의 감사함에 대한 의미가 약해지면서 이상하게 꼬여서 가족에 대한 개념이 상실된 허전한 느낌마저 든다.

가장 큰 이유로는 무엇보다 금년 초 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발생 때문 일 것이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초강력 전염병에 의해 세계 모든 나라들이 초비상 사태에 돌입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인정하는 코로나19 대처 모범국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전 국민들의 각고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또 한 번 서울에서 이태원 클럽을 통한 확진자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우리들의 일상이 예전의 사회적 격리 때의 모습으로 다시 묶여 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는 어버이날의 풍경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처럼 바로 눈앞에 계셔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유리 창문을 통해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들을 마주 보는 모습을 볼 때 우리 모두의 가슴이 아프면서 메어진다. 이러한 우리의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감사함과 사랑이 21세기에 단지 외부의 영향에 의해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아이러니 하다.

얼마 전 개봉한 '저 산 너머' 라는 감동적인 영화가 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유년 시절을 영화에서는 생생하게 전개하였다. 무엇보다 추기경님의 가족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스크린을 통해 깊은 감동으로 전달되었다. 영화의 장면 중에 추기경님의 어머니께서 '엄마 아빠는 우리 아들 수환이가 신부님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에 추기경님은 '엄마, 나는 신부 되는 것 싫다. 나는 인삼 장수가 될 거다'라고 답을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들은 가슴이 뭉클해지며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아호가 '옹기'이다. 아호가 '옹기'인 이유는 옹기 장사를 했던 아버지와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신 이후에 어머니께서 평생 옹기와 포목장사를 하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첨단기술문명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양분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의 사랑' 일 것이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에 세상이 광속으로 변화한다 하더라도 인간에게 근본적이며 불변의 법칙은 가족 관계 일 것이다. 영화 '저 산 너머'에서 유년 시절의 추기경님이 예고한 것과 같이 저기 저 산 너머 엔 내 고향이 있다. 비록 지금 세상이 코로나19로 인해 어수선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이럴수록 참된 가족 사랑의 힘을 통해 얽혀진 세상의 매듭을 푸는 지혜를 마련해 보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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