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코로나 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박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올 것이다.”

며칠 전 어느 노교수의 페이스북에서 본 혜안이 돋보이는 문장이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마지막 문장에서 페스트를 코로나로 쥐를 박쥐로 고쳐 썼다. 2019년 말부터 6개월째 우리는 코로나19와 투쟁하며 공생하고 있다. 이렇게 불편한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시대정신처럼 군림하며 우리 주변을 서성이며 쉽게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가 변화하고 있다. 겨울방학에 이어 거의 반여 년을 집에서 보내는 학생과 학부모의 심정을 헤아려보면 장기적 계획 없이 ‘개학 2주간 연기’만을 무한 반복했던 교육부가 지탄받는 것이 마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국가의 근간이 되는 교육은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첫째, 역사적으로 교사의 역할은 꾸준하게 변화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의 변화는 지금까지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세월호는 안전이라는 업무를, 코로나19는 방역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업무를 선사했다. 대면수업 외에 비대면 원격수업이 출현했으며 학원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1타 교사라는 신조어가 출현하였다.

둘째, 수업 형식의 변화로 대면수업이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대치하고 있다. 기존 대면수업의 역할이 축소되고 비대면 원격수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식전달식 교사 일방향 수업의 세력이 약화하고 쌍방향 원격수업의 비중이 높아진다.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던 공통교육과정은 학생 개인의 1:1 맞춤식 교육과정으로 변화한다. 대면수업뿐만 아니라 원격수업도 수업시수로 인정되어 교육과정의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셋째, 학교의 물리적 역할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태에서 학교는 더이상 합리적인 공간이 아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고 어깨동무를 하고 살갑게 친밀감을 표현하던 학교의 기능이 금기시되고 있다. 급식실 운영이나 체험활동 및 봉사활동, 방과후수업 등 여러 가지 활동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원격수업을 위한 서버, 네트워크, 보안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교육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으며 우리는 그것에 적응해왔다. 인쇄 매체의 발달로 타자기가 들어오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컴퓨터가 도입되었을 때도 적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교육 변화의 진폭은 엄청나다. 우리 교육이 이러한 변화무상함에 어떻게 적응해 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