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재능이 있거나, 경제적 지원이 풍족하거나, 높은 지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더크워스 교수는 상식을 완전히 깨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릿(grit)’이라고 하였다. 그릿은 끈기, 열정, 실패에 대한 회복탄성력 등으로 해석된다. 재능이나 지능, 경제적 지원 등은 자신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지만, 그릿은 길러질 수 있다.

더크워스 교수는 4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첫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것이다. 둘째는 약점을 극복하는 연습인데, 항상 어제보다 잘 하려고 매일 집중적으로 반복하여 연습하는 끈기이다. 그런데 이렇게 혹독한 연습을 즐기면서 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셋째로 제시한 목적이다. 특히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 ‘그릿’을 기르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 마지막은 희망인데, 실패는 자신의 성장을 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역경을 이겨내는 마음가짐이다.

수많은 성공 사례를 보면서도 왜 우리는 지금까지 ‘그릿’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두 가지 답이 있는데, 하나는 유전적 진화이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 생존해야 했던 선조들의 생존전략이 ‘그릿’을 회피하게 만들었다. 실패가 죽음으로 이어졌던 석기 시대 선조들이 실패할 시도 자체를 회피하는 DNA를 전달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패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끊임없이 실패하면서 길러야하는 ‘그릿’은 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유전자의 생존전략과 맞지 않다.

그러나 현대는 다르다. 인공지능이 여는 미래는 더욱 더 다를 것이다. 다른 답은 니체가 말한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 때문이다. 성공은 타고난 천재의 몫이라고 생각하면, 내 탓을 할 필요가 없다는 심리적 자기 위안이 가능하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우리가 노력하기 싫어서 재능이나 지능, 경제적 지원을 성공의 요인으로 믿는 사회를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하면 섬뜩하다.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하는 기제가 우리 안에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16년간 총장으로 스탠퍼드 대학을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이끈 헤네시 교수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맡은 일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그 말은 총장을 처음 맡았을 때 최고의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그는 그 칭찬을 들었을 때 민망함과도 싸워야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역할에 맞는 최고의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으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그릿’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이룰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넘어선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그릿’을 포함하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인재 교육도 타고난 재능을 발굴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가진 ‘그릿’을 찾고 기르는데 초점을 두면 좋겠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대한 회복탄성력을 기르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재능과 열정이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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