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월요일 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사진 속에 여자가 웃고 있다. 애써 웃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도무지 낯이 설다. 사진 속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는 저 여자는 누구일까? 고운 흔적이 남아 있는 그 눈매가 아는 여자 같기도 하고 모르는 여자같기도 하다. 고운 눈매와 단정한 입매에 주름이 깊다.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기에 이토록 골이 깊은 걸까, 얼마나 먼먼 시간을 떠나 왔기에 지금의 모습이 낯설기만 한 걸까! 그때는 그곳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곳에 없는 사람, 지금은 이곳에 있지만 또다시 그때로 갈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두 번째 수필집을 만들기 위해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사진작가 지인이 특별히 수고를 해주었다. 첫 번째 수필집을 낼 때도 그 분께서 찍어준 사진으로 프로필을 만들었었다. 어느덧 5년 전의 일이다. 나의 책 앞머리에서 언제나 활짝 웃고 있는 그 때의 모습은 그래도 화사 했었다. 이런 저런 표정을 주문하면서 셔터를 누르지만 나의 모습이 내 맘에도 들지가 않는다. 심지어는 예쁘게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다고 투덜거린다.

사진속의 내 모습이 아무리 보아도 흡족하지가 않다. 웃어도 웃는 것 같지가 않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나에 대한 환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해서 일 것이다. 아직도 곱고 매력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은 미련 때문이다. 낯선 사람을 보는 듯이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둔 고정관념의 틀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이런 저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나만의 규격 속에 나를 가둬두고 살아왔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을 자존감이라고 믿고 살아온 시간들은 착각이었지만 다행이기도 했다. 이제는 사진 속에 투영된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겠다. 그 모습이 가장 나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친김에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여 보면서 시간 여행을 해본다. 젊은 여자의 모습이 낯설다. 내가 이렇게 곱고 행복했었구나, 내가 그때 보았던 꽃들이 저리도 아름다웠었구나, 내가 봤던 그날 그 단풍들이 저리도 고왔었구나! 그때 나와 함께 했던 그 사람들이 저리도 좋았었구나! 저렇게 좋은 자리에서 저리도 좋은 사람들과 그토록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툭하면 약속도 없이 바다로 달려갔던 시간들이 있었다. 저토록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내면서 나는 가치 없는 번뇌로 그 짧은 행복의 시간들을 의미 없이 탕진해 버리기도 했었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지금 이 순간들의 지극한 기쁨과 행복들을 온전히 즐기고 있는가! 찰나의 반짝임 뒤에는 사라져서 기억도 나지 않을 이 순간을 나는 제대로 음미하며 살아가고는 있는 걸까!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으로 나의 시간들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마음을 들여다본다. 아직도 내 감성은 깨지기 쉬운 유리조각 같아서 수시로 날선 조각들이 상처를 남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열심히 사랑하는 일에 집중을 하면 할수록 쓸쓸함은 바다같이 깊어진다. 사진 속에 나에게 묻고 싶다.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잘 익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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