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한반도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 안보가 위태롭기 그지없다. 김여정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암시하고 군사도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저자세를 국가 전체의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체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폐쇄적 북한의 착각이라고 강한 경고메시지를 보낸다.

'6·12' 2주년에 북은 핵 증강을 예고하면서 첫 미·북 정상회담 후 180도로 돌변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은 12일, 북한은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맞설 핵능력 증강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 2년간 비핵화에선 한 치의 진전도 보지 못한 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막말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가 손을 맞잡는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2년이 흐른 지금 미·북 관계는 회담 전보다 못한 상황으로 퇴보했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겠다."고 했다.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외교 치적이 절실한 트럼프를 향해 "선물은 없다."고 망언을 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모든 사항에 균형 있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와 동맹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작년 2월과 6월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두 차례 더 만났지만, 비핵화에선 아무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은 총 17차례에 걸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해 총 34발의 각종 탄도미사일·방사포 도발을 했다. 지난달엔 남측 GP(감시소초)에 총격을 가했고, 9일엔 남북 통신선을 모두 끊었다.

볼턴 회고록에도 북측의 비핵화가 사기극이라고 폭로될 것이라고 한다. 볼턴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기로 한 결정은, 오판에 기초한 것인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표현하는 등 격렬하게 폄하하였다. 또한 "북한은 지난 30년간 네 번에 걸쳐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렇게 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북한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북한의 진짜 목적은 제재로부터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미국은 2년을 허비하였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북은 지난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만 13차례 했다. 핵 동결로 모든 제재를 풀려는 계산이 어긋나자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에는 평양 인근에 ICBM 여러 기를 한꺼번에 세워 조립할 수 있는 규모의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이 관측됐다. 조만간 ICBM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SLBM 탑재용 신형 잠수함 공개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6.6% 늘린 216조 원으로 결정했다. 코로나 타격으로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서도 국방 예산만은 늘린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신 냉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미·중 충돌이 경제 전쟁을 넘어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틈을 타 김정은이 불장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확고한 안보정책을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