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박봉인 전 농관원 충북지원 품질관리과장 

오늘날 우리들은 어디를 가나 넘치는 물질의 홍수에 떠밀리고 있다. 우리들은 남보다도 많이 가지고도 차지하려고만 하지 그런 과욕(過慾)의 마음을 스스로 억제하거나 다스리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예전 사람들은, 즉 과거의 우리들은 조그만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귀하게 여기고 넉넉한 줄 알았다. 적게 가지고도 지혜롭고 덕스러웠는데, 현재의 우리들은 많은 것을 차지하고서도 고마워할 줄도 귀하게 여길 줄도 넉넉한 줄도 모른다. 그저 늘 모자라 목이 마를 뿐이다.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설사 천상에 있을 지라도 그 뜻에 흡족하지 않을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가난하고, 만족 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한 것 같지만 사실은 부유하다. 이것을 가리켜 지족(知足, 佛遺敎經에 나오는 글)이라 한다.” 너무 흔하니까 귀한 줄 모르지만, 아무리 흔한 세상일지라도 거기에 대응하는 마음가짐이 보다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남보다 많이 가지고 허영과 사치에 사로잡혀 차지하려고만 하는 세태에 있지만 자운스님께서 법정스님께 보낸 『少病少惱(소병소뇌) 少欲知足(소욕지족): 조금만 앓고 조금만 괴로워하며 적은 것으로 넉넉할 줄 알라』란 경구의 삶이 만인의 가슴에 자리 잡기를 바라는 것이 허망한 꿈이 아니길 소망한다.

사람의 욕망은 한이 없다. 분수 밖의 욕망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 물질 만이 아니고 명예(名譽)나 지위(地位)도 분수(分數)가 넘치면 자기 스스로 불편하고 세상의 비웃음을 사게 마련이다. 적은 것에 넉넉한 줄 알며, 어디에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천진스런 모습대로 마음 편히 홀가분하게 살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답게 살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인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정당한 노력 없이 ‘한탕’으로 立身揚名할 수 있는가? 사람답게 정상의 길을 걸을 수 있는가? 그건 허황된 망상이요. 환상이다. 당신이 차지하고 있는 그 소유가 바로 당신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지닐 때 우리 둘레와 자연도 맑고 향기롭게 가꾸어질 것이고,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세상도 그렇게 채워질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 명성(名聲)과 자기 자신(自身) 중 어느 것이 더욱 절실(切實)한가? 자기 자신과 재물(財物) 중 어느 편이 더 소중한가? 탐욕(貪慾)을 채우는 것과 욕심(慾心)을 버리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근심 걱정을 불러일으키는가? 애착이 지나치면 반드시 소모하는 바가 커지고, 재물을 많이 간직하면 필연코 크게 잃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의 분수를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이와 같이 하면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다.”고 노자는 결론을 내렸다.

순국열사님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진혼곡이 퍼지는 시기에 필자의 생각과 눈에만 비치는 망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가장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있기를 독자에게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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