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월요일아침에] 박기태 건양대 교수 

새빨간 장미가 예쁘게 어우러진 6월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 울타리에 흐드러지던 장미의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다시금 유년의 뜰에 머물러 꽃밭을 가꾸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내게 심어준 오랜 사랑을 생각하면서 ‘아!’ 감탄의 속삭임 속에 잠시나마 행복을 노래해본다.

사람들은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네 삶이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너무 구체성을 띠는 까닭에 불만과 긴장의 연속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피곤하고 지칠 때면, 어김없이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벗어나고 싶다’라고 탄식하듯 가만히 외쳐보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과연 모두들 행복할까?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대로, 실패한 사람들은 실패한 사람대로 각자의 마음이 마치 감옥에라도 갇힌 듯 우울하고 답답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가슴 깊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성취감이나 출세 그리고 그 밖의 여타한 것들이 행복의 종착지라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일 뿐이고 또 다른 욕구불만과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 내리는 출근길에서 비의 낭만에 흥을 느끼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반면에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비로 인한 길 막힘에 짜증을 내며 오롯이 목적지만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을 누릴 여유조차 없는 사람이다.

이렇듯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 분석학에서는 각자의 마음속에 ‘가혹한 내적 대상’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비판 기능이라고 말해지는 마음의 소리들, 예를 들자면, ‘너는 항상 그 모양이니? 제대로 하는 게 하나 없네.’ 또는 ‘의지도 약하고 능력도 없는 한심한 인간.’ 등 열등감을 조장하는 자기 비난의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고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깨닫고, 알아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은 진정한 자존감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내적 비난요소들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나름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기를 분석해보는 일이다. 자신을 깊이 깨닫고 이해할수록 우리는 편하고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소리를 멈추고 제압할 수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윌리엄 서머셋 모옹(William Somerset Maugham)의 유명한 소설 ‘인간의 굴레’에는 인간의 자기의 눈앞에 펼쳐진 보잘 것 없는 일들에 얽매여 시기하고 싸우면서, 자기 자신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하마터면 일생을 부질없이 허비해 버릴 수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은유가 잔잔하게 깔려있다.

사실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고 병들어 죽는 네 가지의 근원적인 일을 생각하면, 일상에서 불만과 걱정으로 정철되는 일들이란 우리 생활 속에서 진정으로 갈망하는 소박한 행복을 방해하는 하찮은 것들임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일상의 잡다하고 번잡한 일들이 우리 삶의 요소이고 본질이라면 굳이, 그것들을 피하기보다는 차라리 사랑해 버리자.

그리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으려 애써보자. 그런 노력의 과정에서 비록 우리 삶의 무게가 결코 쉽지 않은 몸과 마음일지라도, 여름날 예쁘게 피어나는 새빨간 장미의 향내처럼 기분 좋게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 미소를 실어 살아가는 즐거움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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