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어렸을 때 어르신들은 제비가 낮게 날면 그날은 비가 온다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또 이른 아침 짙은 안개가 끼면 그날은 아주 화창한 날씨가 된다고도 말씀하셨다.

어린 마음에 제비의 행동이나 이른 아침의 안개가 어떻게 해서 그날의 날씨를 미리 알려주는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독특한 현상들이 일종의 신호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어떤 일들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일의 시작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우리 몸은 이런 신호에 민감한데, 의사들은 신체의 작은 변화를 미리 감지하여 다가올 큰 병들을 미리 예방하는데 활용한다.

그런데 이런 신호나 표적들이 밝은 미래를 꿈꾸는 희망에도 나타날까? 우리 인생에 내가 바라는 희망찬 미래가 다가오려고 할 때면 나는 그 이전에 무엇인가 그 근거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에 동의할 것이다. 질병이나 사고와 같이 나쁜 일에도 어떤 징조가 먼저 보이듯이 희망과 같은 좋은 일에도 분명 그 근거가 되는 전조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오늘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들은 곧 내일의 모습을 미리 알려주는 근거가 된다. 오늘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내일 시험 점수가 잘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일까지 마감인 일을 오늘 제대로 손도 못 댔는데 내일 좋은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즉 우리는 ‘내일’ 우리가 바라는 희망이 이루어질 것인지 아닌지를 바로 오늘 우리 주변의 환경을 바라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모든 인생이 다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너무 큰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떤 근거나 징조를 먼저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이 보여주는 모든 상황이 반드시 내일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한 남성은 마트에서 5달러짜리 오렌지 주스를 샀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다른 마트에서 똑같은 주스를 50% 세일하고 있으니 당장 환불해 오라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의 잔소리에 언짢은 기분으로 마트로 돌아가서 음료수를 환불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 있던 복권이 눈에 들어왔다. 이 남성은 음료수 값으로 복권 두 장을 구매했다. 그리고 그 복권은 1등에 당첨되어 3억 달러, 우리 돈으로 3500억이 넘는 금액을 타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이런 행운의 주인공이 될지 그 이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운 이야기는 오로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 모두의 삶을 그 근본부터 바꾸어 놓았다. 그럼 이제 우리는 영영 이전의 행복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지금 보이는 현상이 반드시 우리의 미래가 되는 것도 아니요, 오늘의 괴로움이 또한 반드시 내일의 괴로움에 대한 근거나 징조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희망은 아무런 근거 없이 찾아온다. 어떠한 징조도 보이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갑자기’ 우리 앞에 찾아오는 것이다. 때로는 환경이 변하여 소망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나 시선이 바뀜으로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소망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이야 어떠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아무런 근거나 징조가 없다 하여도 우리가 바라는 소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군중들을 향해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마 6:34)고 말한다. 내일 일은 우리 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는 것은 곳 오늘의 상황이 어떠하던지 간에 마음껏 꿈꾸며 내일을 소망하는 것은 그저 우리 자신의 자유이며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지금 우리 자신이 바라는 희망의 근거는 있는가? 그렇다. 그 근거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내일의 희망을 위한 근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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