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미술관 2·3전시장
지요상 작가 '생각을 지나다'

▲ 왼쪽부터 지요상 作 '파(波)', '념(念)'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지역 미술관 스페이스몸이 2·3전시장에서 지요상 작가의 개인전 '생각을 지나다'를 열고 있다.

자기 성찰과 수행으로 사유와 형상을 끊임 없이 탐구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 특유의 세밀하고 묵직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요상은 하얀 화선지 배경에 사색에 잠긴 인물을 치밀하며 섬세하게 먹색으로 묘사해왔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작품은 색의 다양함 대신 수묵이 부드럽게 퍼져가는, 농담에 의한 전통적 기법보다 섬세한 붓의 묘사가 돋보인다.

작가는 붓에 먹을 묻히되 물기가 거의 없게 한 상태에서 여러 번 긋는 '마르게 긋기'를 통해 작품에 묵직한 깊이를 부여한다.

대학에서 문인화, 산수화, 인물화와 같이 수묵과 채색을 폭넓게 접한 뒤 확정한 작가의 기법과 묘사는 전통적인 동양화의 수묵 기법과 다른 감각으로 화면에 표현된다.

먹색 외에 채색을 일체 거부한다는 점, 배경을 거의 생략하고 형상을 강하게 부각시키거나 인물이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는다는 점 등은 전통 인물화·화풍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찍이 현대적 의미로 평가돼 왔다.

작가의 작품은 파(波), 념(念), 적요(寂寥)와 같은 큰 갈래로 연작을 이룬다.

단순히 정의나 사상을 말하기 보다 그에 기반한 작가 만의 이미지, 형상, 자신의 경험이 어우러져 화폭에 형상화됐다.

거대한 파도가 생동감 있게 삼켜버릴 듯 파(波) 연작들은 현상과 의미를 좇는다.

공중으로 솟아 금방이라도 보는 이를 덮칠  듯한 파도는 그 밑에 드리워진 수면의 파동 같은 지점에 보는 이를 서게 한다.

흰 백의 대비가 강렬한 알알이 부서지는 물방울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념(念) 연작 속 여성의 머리는 '가체'처럼 풍성하다.

고개를 살짝 숙인 인물의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하나로 흐르지 않고 어떠한 형상을 한 채 얼굴의 면적보다 넓게 그려져 있다.

무언가를 뭉쳐놓은 듯 하면서도 외곽은 부드럽고 섬세한 붓 터치들로 표현됐다. 적요(寂寥)는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온 마음을 모아 오롯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림"이다.

삶의 관성 대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연작들은 관람객의 호흡마저 잠재운다. 근작인 '숲을 지나다' 연작은 전시장을 빙 두르며 설치됐다.

전시장 초입에서 시작되는 작품들을 따라 걷다 보면 숲을 지난다는 제목처럼 어딘가를 지나는 듯하다.

전시는 다음달 10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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