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우리는 김정은을 신뢰할 수 없다. 또한 북한 정권을 믿을 수 없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진 부정적인 정권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6.25남침의 원흉이 김일성에 기인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통일의 시급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노림수에 말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들의 술책에 말려서는 평화통일을 그릇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는 방향을 지향하며 나갈 때 우리 페이스의 평화통일이 달성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북한 노림수와 북한의 페이스에 평화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엄청난 희생이 전개될 것이다.

북한은 개성 남동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이것은 남과 북의 신뢰를 깨뜨린 것이다. 폭파 열흘도 안지나 우리 내부에서 “남과 북, 우리끼리” 주장이 봇물 터지는 현상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끼리’는 좋다. 그렇다면 비핵화는 어떻게 할 것인지 복안을 밝혀야 한다. ‘남북협력과 비핵화는 함께 이룰 수 없으므로 핵 문제는 통일 때까지 그냥 덮어두고 스킵하자’는 것이 속내라면 솔직히 털어놓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남북문제도 독주 시동을 걸려 했는데 김여정 담화라는 예상 밖 돌부리에 걸렸다. 안보는 상대가 있으므로 폭주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닫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오히려 액셀을 밟을 태세다. 도발에 제재완화와 종전선언으로 화답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말로 어리둥절해 진다.

김정은이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예비 회의에서 김여정이 지시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 북한은 전방에 설치했던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 문재인 정부 비난 기사도 삭제했다. 전부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다.

북은 계획적으로 위기감을 끌어올리다 돌연 중단하며 마치 양보하는 듯한 전술을 써왔다. 30년 전 1차 북 핵 위기 때는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핵 연료봉 추출을 해놓고 평양에 간 카터 전 대통령에게는 ‘핵 개발 의사가 없다’며 미·북 협상을 이끌어냈다. 10여 년 전에는 미국 여기자 2명을 납치한 뒤 ‘인도주의’에 따라 풀어준다고 했다. 그래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했다. 2017년에도 6차 핵실험과 ICBM·SLBM 도발까지 하고는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참석해 평화 쇼를 벌였다. 그때마다 식량·에너지 등을 얻어내거나 한국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김여정이 청와대를 겨냥해 “저능한 사고” “완벽한 바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위로 친서를 보냈다. 여동생은 때리고 오빠는 어르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을 비난하며 군사 도발을 예고했다. 그러자 김정은이 나서서 ‘보류’를 지시했다. 김여정이 문 대통령과 싸우면 자기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참에 잘못된 대북정책을 바로잡고 흔들리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낼 수 있다.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외교로는 정면돌파전을 구호로 내세우며 대외 강경정책을 전개하는 북한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치밀한 대응전략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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