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유례가 없을 정도로 초강경 대남 공세를 퍼붓더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결정이 갑자기 나오면서 일순간에 잠잠해지는 등 북한의 태도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앞서 북한의 도발이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경력 만들기'를 위한 행동이었으며 이에 성공했다고 판단되자 김 위원장이 나서 2차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다.

진위야 어찌 됐든 한 때 급고조된 남북 간 긴장 수위가 낮아지면서 남북 관계의 향방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과 전망이 나온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에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는 관측이 있지만 여러 정황 상 북한이 잠시 쉬고 있을 뿐 근본적으로 방향을 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27 판문점 선언의 결실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그렇게 요란하게 폭파해버렸는데 쉽게 국면이 전환되겠느냐는 분석이다.

대외적으로는 대북 전단 살포가 이번 북한 도발의 주 원인이지만 정말 그게 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우리 정부는 탈북단체 등의 대북 전단 살포를 원천 봉쇄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성의'를 보이고 있다.

북한 눈치를 보며 끌려다닌다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똑같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다고 한들 과연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북한은 최근 유엔 경제 제재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궁지에 몰린 처지다.

이를 역으로 보면 어느 정도의 명분이 생길 시 북한이 다시 대화의 자리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상대가 우리를 적대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 상대와 동일하게 적대하거나 무시한다면 관계 개선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북한 문제를 해결하자며 정작 북한을 뺀 주변국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던 아이러니를 생각해보라.

탈북 단체가 대한민국 정부를 무시하며 자기들 멋대로 대북 전단을 뿌리려 한 데 대한 결과는 또 어땠는가.

북한의 입맛 대로 움직이자는 말이 아니다.

현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여러 면에서 우월한 남한이 포용하며 관계 개선을 주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0일 '2020 한반도평화 심포지엄'에서 "참고 인내하는 게 때로는 난센스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는 분명한 시대정신이자 확고한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다 이해한다며 무한정으로 포용의 자세를 취해서도 안 된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로 알려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참석했다.

문 특보는 기조연설 발언에서 북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해명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결국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평화로 가는 길을 막을 뿐이다.

남한 정부는 현재로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중이라고 본다.

이젠 북한이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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