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로컬 프로젝트'
이승희 작가 '공시성' 마련
검은 공간에 같은색 설치로
관람객에 상상의 기회 제공

▲ '공시성'(共時性) 설치 전경.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시립미술관이 청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 작가들의 다층적인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로컬 프로젝트 2020'을 개최한다.

지난해 성정원·이규식·이종관·이규식 작가 등 4인을 소개한 '로컬 프로젝트-포룸'전에 이은 두 번째 자리다.

지역 미술계에서 30년 이상 꾸준히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중진 작가인 이승희·손부남·김정희 작가의 작품을 릴레이로 소개한다.

첫 번째 전시는 이승희 작가(62)의 '공시성'(共時性)이다.

청주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현재 중국 경덕진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조선 도자의 입체 형태를 비정형화된 평면으로 만드는 변화를 시도한 '평면 도자'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도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익숙한 대상을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제시해 왔다.

또 수천개의 도자 대나무 마디를 이어 대나무 숲 형상으로 만든 '도자 대나무 시리즈'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뉴욕, 교토, 베이징 등에 초대됐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공시성'은 어떤 현상이 의미상 일치하지만 전혀 인과 관계를 찾아볼 수 없는 비인과적 원리를 뜻하는 말이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이 제시한 원리다.

전시에서 이 작가는 1층 전시실에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는 공간 의도를 최소한 줄이기 위해 공간에 조명을 거의 쓰지 않고 흑색 도자 대나무를 비롯한 검은색의 작업을 설치, 검은 바닥 공간과 작품의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게 연출한다.

이 작가는 "항상 익숙한 화이트 큐브에 계획적인 조명을 연출함으로써 작품이 돋보이거나 세련되게 연출하는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이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물(작품)의 윤곽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시 의도를 밝혔다.

이상봉 청주시립미술관장은 "청주시립미술관 로컬 프로젝트는 단순히 그동안 중앙 미술계 흐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에 그치지 않고 특정된 공간에서의 예술적 실험과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 확장되는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공시성'은 오는 2일부터 8월 23일까지 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선을 보인다.
손부남 작가와 김정희 작가의 전시는 각각 오는 9월 10일~11월 8일, 11월 26일~ 2021년 1월 21로 예정돼 있다.

이와 더불어 본관 2~3층 전시실에서는 충북 미술계의 거장 고(故)이완호 작가의 회고전 '삶과 예술의 일치'가 동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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