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박물관 소장 58점 분석
납 등 섞지 않은 출토품 확인
한국서 순동 확인된 첫 사례

▲ 춘천 우두동 출토 화살촉.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국립청주박물관은 소장 중인 청동기의 성분 분석 결과 일부는 주석을 섞지 않은 순동 유물로 밝혀졌다고 1일 공개했다.

청주박물관이 특별전 '한국의 청동기문화 2020'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19일 소장 청동기 58점에 대해 진행한 엑스선형광분석(XRF·X-ray Fluorescence Spectrometry) 결과다.

분석 대상 청동기는 시기, 지역, 기종 등을 고려해 엄선했다.

분석 오차를 줄이기 위해 청동기의 표면 및 소지(素地·본래의 바탕)를 각각 복수로 분석한 후 평균값을 산출했다.

그동안 청동기 시대 유물 성분 분석은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산발적이어서 청동기 전 시기의 맥락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분석에 사용한 기계와 분석 방법, 조건 등이 달라 유물 조성 성분의 시기적 변천을 살피기엔 역부족이었다.

청주박물관이 이번 분석·조사를 기획한 배경이다.

청동기는 구리(Cu)에 주석(Sn)을 섞은 합금을 이르며 여기에 납(Pb)을 첨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주박물관의 조사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주석이나 납을 섞지 않은 순동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

이번에 확인된 순동 유물은 청동기 시대의 전기(서기 전 13~10세기 무렵) 유적인 춘천 우두동 33호 주거지에서 출토된 화살촉이다.

조사 결과 구리 함량이 99wt%(무게의 비율)에 이르는 순동 유물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청동기인 정선 아우라지 유적 출토 꾸미개 3점과 진주 대평리 출토 꾸미개 1점도 구리 함량이 95wt% 이상 검출돼 순동에 가까운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순동 화살촉을 비롯해 구리 비율이 매우 높은 청동기들이 청동기 시대 조기(서기 전 15~13세기 무렵)와 전기에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청주박물관 과계자는 "본격적인 청동기 등장 이전, 순동기로 이뤄진 시기가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제시됐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우두동 출토 화살촉 등 구리 비율이 높은 유물들이 한반도에서 제작됐다면 청동기 시대 구리 광산이나 제련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주박물관과 국립부여박물관 보존과학실이 공동 수행한 이번 분석 데이터는 오는 8월 9일 폐막하는 '한국의 청동기문화 2020' 도록에 실렸다. 
분석 결과는 향후 고찰 등을 거쳐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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