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전 날, 늦게 잠이 들던, 일찍 잠이 들던 상관없다. 아침 다섯 시 반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엔 아침에 일어나기가 왜 그리도 힘겨웠던지. 알람이 울려도 끄기 바빴다. 그리곤 늦잠이 든다. 신명나게 울리는 알람을 무의식중에 꺼놓고 후회를 한다. 늦게 일어난 덕에 허겁지겁 서두는 출근 시간은 무아지경이다. 요즘은 일찍 잠이 깬다. 굳이 나이 탓일까!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시작하는 하루! 잠자는 동안 근육과 신경들이 느슨해진 탓으로, 늘리고 당겨주면 몽롱했던 몸들이 깨어난다. 그리고 tv를 켠다.

코로나 감염소식이 점점 강도를 더해간다. 세계 각국 중 어느 한 나라라도 코로나가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협박 아닌 협박 같은 소리에 반사적으로 마스크부터 챙긴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 견뎌내야 한다는 것, 그것 때문인가!

뉴스는 늘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고 정계는 정계대로 제 목소리들만 키워댄다. 오늘도 어제처럼 산만한 소식들이다. 현기증이 인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또 다시 시작 되었다.

내가 움직이든 안 움직이든 시간은 한 순간도 머무름 없이 흐른다. 어제처럼 오늘도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프리랜서니 갈 곳이 정해져있는 곳은 없다. 하지만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참 많다. 내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가면 되는 일이다. 시간에 억매임이 없다는 자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일장일단이 있다. 자신의 시간에 엄격하지 않으면 게을러지기 마침이다.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안주 하려는 습성이 생긴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시대다. 현재보다 나은 삶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가려는 속도는 더디게 마련이다.

삶 속에서 어떤 일에 열정을 쏟아 낸 만큼의 결과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부합된다. 결코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마도 더하고 덜함에 불만이 든다면, 이는 슬금슬금 이는 욕慾의 조화이리라.

어느 날, 바닷가 여행 중, 먼 바다 한 점 섬이 시야로 들어왔다. 혼자여서 외로울까!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그림처럼 쏟아 놓는다. 해살거리는 조개도 있고, 바위 밑, 출렁이는 물속에서 해초가 현란한 춤사위로 애교도 부려주고, 이따금 바닷새들이 들여다보며 콕콕 말을 걸기도 한다. 잔잔한 삶이겠거니, 그러나 어느 날, 느닷없이 모든 것들을 부숴 버리기도 할 것 같은 태풍이 들이닥쳐 휘젓고 간다. 섬은 묵묵히 그 모든 걸 받아들인다. 부딪치고 휘둘릴 때는 하얗게 거품을 품는다. 견뎌야 하므로.

오늘이라는 시간의 삶을 이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무엇이 다를까! 낮이고 밤이고 자동차의 굉음이 소리를 질러대고 사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오가는 거리에 두리번거리며 오늘도 서있다.

저들은 모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부딪치고 견디며, 오늘도 그 틈에 끼여 표류하듯 시간 속으로 떠간다.

한 점 섬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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