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깬 베네치아 비엔날레

▲ 김성준
인피니티 대표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지난 6월 초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개막이 되었다.

백여 년 전통의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세계 최초의 비엔날레이고 최고 수준의 비엔날레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베네치아관 오픈에 초청을 받아 갔다.

이례적으로 이 번 베네치아관은 베네치아 비엔날레 시작 106년 만에 처음으로 유리공예 작품을 주제로 관을 만들었다.

그 이유는 베네치아 시장의 인사말로 알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경기 하락으로 인한 베네치아 유리공방들과 작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 이 시기에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유리공예 작품을 이 번 비엔날레 베네치아 독립관에 전시 하므로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베네치아 유리공예 작품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통해 그 가치성을 알리고자 한다는 베네치아 시장의 인사말 이었다.

이 인사말을 듣고 나는 놀라움을 뒤로 한 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탈리아 베네치아 유리공예 작품들은 그 특성과 작품성에서 세계적인 것이기에 꼭 그렇게 인사말을 하지 않더라도 될 것 같았는데, 마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인사말을 통해 세계적 경기 침체로 베네치아 유리공예 작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어 베네치아 관에 유리공예 작품을 선전하기 위해 전시 했다고 하는 것 같았다.

설령 그렇다 해도 일반적으로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식의 인사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인사말 이후 오픈 행사를 마치고 베네치아 관을 관람 하는 순서를 가질 수 있었다.

입장 하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일반적으로 베네치아 관에는 베네치아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 나에 눈에 일본인 작가 2명과 미국인 작가 1명의 이름이 있었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국적이 분명히 다른데 베네치아 관에 대표 작가로 작품을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

나는 너무 궁금해서 베네치아관 담당자에게 슬쩍 웃으며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 답은 너무 짧고 쉬웠다.

이 외국인 작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베네치아 전통 유리공예 작품을 알리는 많은 공을 세웠고, 지금도 베네치아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기에 마치 베네치아를 대표 하는 작가와 같다는 짧은 답변 이었다.

어떠한 형식에 연연 하지 않고 필요에 의해 적용을 하고 그 적용 된 것에 적응을 하는 것 세계적인 예술 축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그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전통이 있지만 그 전통의 틀 안에서 탈력 있게 운영을 하고 있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조직위원 관계자들로 부터 볼 수 있었던 그 여유 너무 보기 좋았다.

최근 10여년 한국에서도 각 지역별로 그 지역의 특성화를 중심으로 비엔날레를 개최 하고 있다.

우리 청주에서도 직지를 찍어낸 현존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의 장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약 10여 년 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제 6회를 맞게 되었다.

나름 올해로 12년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매 회마다 더 중요한 비엔날레로 성장 하고 있다는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아직은 한국의 지형적인 특성상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기에 국제적으로 성장 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형적으로만 키우는 비엔날레가 아닌 내실을 기하는, 형식에 얽매여 맞추는 비엔날레가 아니 우리만의 특별한 비엔날레를 지향 한다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관심 있는 외국인이나 많은 외국 작가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회수와 명수만 채워 나가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벗어나 세계의 공예인을 품을 수 있는 공예 축제의 중심으로 성장 할 수 있는 청국국제공예비엔날레로가 되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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