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공명지조’(共命之鳥)'란 불교의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경전에서 나오는 상상의 새인 공명조의 이야기를 빗대어 표현한 사자성어다. 이 새는 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새이다. 이 새의 한쪽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쪽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는데, 이에 질투를 느낀 다른 한쪽 머리가 독이든 열매를 먹는다. 독 열매를 먹어 다른 한쪽 머리를 죽이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머리가 두 개이지만 몸은 하나여서 결국 새를 죽어버리게 된다.

보통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강조할 때 공명지조로 비유한다. 어쩌면 공명조의 이야기가 청렴하지 못한, 부정부패한 공무원과 국가의 결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점점 권위적이 되고 독단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독단하면 그게 바로 '독재'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어느 한쪽이 없어진다고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그러다간 모두 죽고 만다. 국회가 한 지붕에서 두 개로 갈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권이 서로 나뉘어 싸우는 것을 넘어 국민들까지 편싸움에 동조해 분열하게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서로가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면 어느 한쪽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상대를 못살게 하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분열된 한국 사회를 반영한 좋은 사자성어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제21대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됐다.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여당이 모두 독차지했다.

한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한 것은 1985년 구성된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자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뽑았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그동안 의석수에 따라 여야가 나눠 맡는 것이 관례였다. 지금까지 여대야소든 여소야대든 그렇게 관행으로 수용돼 왔다. 다수당이 독주하는 것을 견제하면서 여야 협력의 정치를 위한 장치로 긍정적으로 운영해 온 것이다. 물론 여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한 것은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요구하는 법제사법위원장을 끝까지 내놓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도대체 법사위원장 자리가 무엇이길래 여야가 그토록 목을 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법사위는 법원과 검찰을 관할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통합당 역시 그 반대논리로 법사위원장 자리가 중요하다. 지금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과연 국민과 국익을 위한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협치'를 말해왔다. 상임위원장 독식은 협력 정치를 내팽개친 일이됐다. 상임위원장 독식은 정치의 금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이번 국회 역시 파행으로 출발하는 등 나아진 것은 없을 것 같다.

'상생과 협치'는 당분간 제쳐두더라도, '국민만을' 보며 일 잘하기 경쟁을 벌이면 어떠할지 싶다. 여당이 승리의 기쁨에서 빠져나와 손에 쥔 권력을 신중히 다루고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 한다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가 이루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것은 국민도 그 길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으로 가는가 보다. 고사성어처럼 당은 다르지만 국민을 위한 국회는 한지붕 안에 있기에 공명지조처럼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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