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상황에 의해 변질

도시계획과 설계분야에 몸을 담은지도 2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제야 비로소 도시라는 대상을 조금 알기 시작해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도시계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그만큼 도시의 모습과 기능 그리고 그 안에 무수히 내재되어 있는 속성이 복잡한 만큼 고려해야할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계획이 정량화된 객관적 기준에 의한 판단보다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적, 지리적 상황에 따라 정성적이고 전문가적 판단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많은 논란거리가 있을 수 있는 분야이다. 특히 도시계획의 결과가 많은 사람들의 재산권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뿐 만 아니라, 사유권이라는 민간영역과 공익성이라는 공공영역과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계획과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힘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요즘 들어 다양해지는 도시개발욕구에 따라 개발사업자의 사업성논리와 지역개발이라는 당위성 앞에 도시 미래와 구성원전체를 위한 본래의 도시계획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의 근원은 이론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정치적 포퓰리즘, 그리고 지방자치제도에 있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앙정부에서부터 도시개발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생겨난 후부터 도시계획이 외부적 상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청계천개발로 인한 현 정권의 탄생, 동안 그렇게 힘들게 지켜왔던 국민정부의 그린벨트의 해제, 지역균형발전 명목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그리고 최근의 수도권경쟁력강화라는 취지로 마지막 남은 서울인근의 그린벨트추가해제 등 많은 개발이 기존의 도시계획근간을 흔들어 왔다. 물론 도시계획이 항상 그대로일 수도 없고, 이전의 변화논리가 전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계획이 20년을 단위로 예측되고 계획되어지는 것임을 감안할 때 자주 기본적인 틀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다. 지역의 경우도 이에 못지않게 많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듯하다. 중앙정부의 정치적 상황을 위한 하달식 정책, 여기에 지자체장의 나름대로의 선거공약과 정치적 생각, 또한 이를 따라야만 하는 관료조직의 속성, 그리고 부동산을 재산증식의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주민참여라는 제도적 틀 속에서 끊임없는 주민제안과 민원들이 합쳐져 도시계획과 개발의 방향은 표류하기 일쑤이다. 단적인 예로 몇 년 전부터 도심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을 시작으로 공공디자인, 창조도시, 도시디자인, 유비쿼터스, 마을 만들기, 살고 싶은 도시를 거쳐 최근에 들어서는 생태도시를 위한 저탄소녹색성장이라는 도시계획개념을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계획수립의 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 모든 개념간 서로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모든 도시들이 동일한 계획열풍에 휩싸여 획일화된다는 것에 있다. 또한 도시계획이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 형체와 특징이 묻어나는데 이렇게 잦은 개념과 목표의 변경은 정작 진정한 의미도 모르는 체 그저 따라하는 형국으로 변질되고 있다는데 있다.그러다보니 현재의 도시기본계획은 모든 지역이 공히 같은 주제로 지역별 특성 없이 대동소이한 형식으로 일관하고 동일한 계획과 동일한 도시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도시 목표와 이미지가 설정이 되면 어떤 경우에도 중간에 기본적 틀이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본의 구마모토의 아트폴리스는 20년이 지난 지금 최초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유럽의 생태도시, 문화도시, 역사도시들도 원래의 모습을 간직한 채 도시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는 그 시대변화에 너무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어 그 사이에 변화되는 패러다임 결과에 대한 평가 없이 겉핥고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된다. 청주만 하더라도 교육도시에서 직지문화도시로, 또 살기 좋은 도시로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녹색도시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고유의 도시맥락이 이어지면서 변화되길 기대하면서 모든 지역의 정주환경이 나름대로 차별성 있는 계획수립을 통해 일관성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 황재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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