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2018년 사회 전반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대학교육 개혁안 중에는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을 경우 기존 추첨 대신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부여하는 안도 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공화국 평등정신에 위배된다고 개혁안에 반발하였다. 이번학기 프랑스 관련 수업 수강생들에게 대학의 학생선발권과 추첨 중 어떤 것이 보다 평등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꿈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온 학생들의 노력과 수고에 정당한 보상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학은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권리가 있다.

평등은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가 동등하다는 뜻이지 학생들이 학업에 쏟은 노력과 시간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와 같은 의견이 있었다. 또 노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 합격여부가 결정된다면 노력하지 않고 운에 의지할 것이다, 평등을 위해 추첨권을 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좋은 환경과 좋은 혜택을 받으며 공평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추첨이 아니라 모두 평등한 위치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고 준비해서 이뤄내는 성취감을 갖게 해주어야 대학 생활도 알차고 즐겁게 보내며 열정적으로 학업에 임할 것이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대학의 학생선발권이 기회의 평등이 아닌 노력에 따른 평등이라며 프랑스가 1789년 대혁명 때의 평등 개념을 타파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평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추첨을 지지하는 의견을 보면, 대학의 역할이 지식인,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전문성을 교육하는 것이므로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지 않아도 높은 질의 고등교육을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하며 배움의 기회만큼은 공평해야 한다는 68혁명 정신에 따라 추첨을 통해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쟁은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추첨이 더 적합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는 프랑스 인권선언문 1조의 타고난 권리에는 교육의 권리도 포함되며 교육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대학의 학생 선발권보다 추첨이 더 적합하다와 같은 의견이 있었다. 또 처음부터 고교 성적이나 활동 기록 관리를 잘한 학생들에게만 기회가 간다면 나중에 정신을 차린 학생은 노력하기보다 포기하게 될 것이며, 부모의 수입이나 학력,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사교육과 선행학습 등 자녀교육에 더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의 학생선발권은 계층 간의 격차, 사회적 불평등으로 연결될 것이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정원 내 학생 선발 방안 입장은 달라도 나름 설득력 있는 의견들을 제시해주었다.

2018년 개혁안 중 국립대 재정 부담 완화와 교육 질 제고의 명목으로 EU 밖 국가 유학생 대상 최대 15배 등록금 인상안도 있었다. 개혁안 철회를 요청한 학생단체 소송에 대해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은 최근 정부의 편을 들어주었다. 비 EU 국가 유학생 등록금 인상안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진지한 의견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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