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교 학생 관리에 생기부 수정까지 맡겨
감염병 사태 반년째… 교사 피로도 '임계점'
소통부족 교육부에 "지시만 내리면 다 되나"

▲ 연합뉴스

[충청일보 박장미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 일선 교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 당국이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장 교사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교육부와 교육현장 간 소통은 오히려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고교블라인드 실시로 인한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코로나19 상황 속 일선 학교의 업무 부담을 더해 학교에만 비상이 걸리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생기부에 출신고교를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요청하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인적·학적사항, 수상, 봉사 등의 항목에서 학교명은 나이스에서 자동으로 블라인드 처리되지만 그 외 항목은 교사들이 일일이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수정과정이 복잡해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업, 방역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고3 담당 교사들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입일정이 조정되긴 했지만 대학별 입시전형이 달라졌고 마감일에 맞춰 생기부도 부실하지 않게 작성해야 한다. 

고교블라인드 실시로 인한 고3 학생들의 생기부를 수정하느라 일선 교사들은 촉박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을 맡은 A교사는 "올해는 생기부에 출신 학교명을 가리는 블라인드 평가가 시작되는 데 1~3학년 기록을 모두 정정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업무량이 많이 늘었는데 생기부 수정도 하느라 과부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도내 B고등학교에서 부장교사로 근무하는 C씨는 "요즘 수업과 평가, 입시, 학생부 기록 등만으로도 바쁜데 최근에는 교수 관련 업무 외에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다른 잡무도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중한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부와 소통이 부족해졌고 많은 교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C교사는 "올해부터 생기부에 출신 고교명을 입력하지 말라는 식이었는데 얼마 전 1~2년 전의 것도 수정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학생부 수정은 교사가 임의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장에 기록한 뒤 한 건 한 건 수정하고 결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수정 건수가 1000~2000건에 달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고3 담당 뿐 아니라 일선 교사들은 등교할 때는 발열 확인,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에는 틈틈이 학생 접촉 관리, 마스크 착용 관리, 교실 집기 소독 등 수업과 방역 지도로 벅찬 하루를 보낸다. 매일 오전 모든 학생이 자가진단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일이다. 학교에 따라 격주·격일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탓에 온라인 수업콘텐츠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교사들에게 부담을 더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행정 실행계획을 수립,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원들이 수업 및 학생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등교수업 전념 여건을 조성하는 등 '교원업무 부담 경감'이 중점과제로 포함됐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선 교사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학교운영과 구성원 안전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으로 교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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