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실장 "국민들께 송구"

▲ 연합뉴스

[서울=충청일보 이득수 기자] 서울 반포와 청주 가경동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사진)이 반포 아파트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보유하고 있는 2주택 중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던 노 실장은 8일 SNS에 올린 글에서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국민들께)송구스럽다"고 했다.

노 실장은 "저는 지난 목요일 보유하고 있던 2채의 아파트 중 청주시 소재 아파트를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 일요일 매매됐다"며 이미 1채는 매각 절차가 마무리됐음을 전했다. 
반포아파트를 두고 청주 아파트를 매각한 것과 관련해 노 실장은 "BH(청와대) 근무 비서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에게 1가구 1주택을 권고한데 따른 스스로의 실천이었고 서울 소재 아파트에는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점, 청주 소재 아파트는 주중대사,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년간 비워져 있던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해명했다.

노 실장은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알짜 아파트는 보유하고 3선을 안겨준 청주를 떠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지난 7일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포 집에 살고 있는 아들이 좌불안석이고 죄인이 된 것 같다고 하소연 한다"면서 반포 아파트 처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노 실장은 페이스북를 통해 반포 아파트 매각 결심을 굳혔음을 밝히고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에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키로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엄격히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서 부동산 투기를 잡아야 한다는 뜻에서 수도권에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1급 이상 비서관들에게 1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노 실장은 수도권에 1채 비수도권에 1채를 보유한 2주책자여서 이 권고 사항에 해당되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나도록 권고 사항이 이행 상황이 지지부진했고 이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노 실장이 먼저 2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청주 아파트 매각 의지를 밝힌 것이다.

노 실장은 지난 3월26일 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신고에서 충북 청주 흥덕구 가경동에 진로아파트(134.88㎡)와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신서래마을 아파트(45.72㎡)를 부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바 있다. 당초 반포아파트를 두고 청주아파트를 팔기로 한 것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계속 상승여력이 있는 강남 아파트에 대한 투자 차원의 마인드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양도소득세를 낮추기 위한 현실적인 사정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주아파트는 시세가 약 2억8000만원인데 비해 더 작은 면적이지만  반포아파트는 10억~15억원 대로 호가된다. 2주택자가 매각할 때는 작은 평수를 먼저 팔아야 2주택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아파트 2채를 매임할 때 평균 매매가 등을 고려해 청주 아파트(2003년 구입. 평균매매가 1억8000만원)를 먼저 팔면 2주택 중과세로 7000만원 정도의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면 1주택자가 된다.

이후에 반포아파트(2006년 구입. 매입가 2억 8000만원)를 판다면 1주택자 장기보유 세금공제 혜택 등으로 양도소득이 10억원대라고 해도 세금은 1000만원 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계산으로는 반포아파트를 먼저 팔았다면 세금이 2억8000만원 선을 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실장이 반포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2일부터 5일간 많은 언론사 온라인과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빗발쳤다. 온라인에는 '반포영민', '갭영민', '똘똘영민' 등의 용어도 등장했다.
여권에서도 당 간부에서 일반 의원들까지 "정부의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들이 말은 부동산 정책, 집값 잡는다고 이야기하지만 다주택자여서 '실제 그런 의지가 있느냐'라는 비판을 많이 한다.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등의 압박이 이어졌다.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이낙연 의원은 7일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노 실장의 청주 집 처분 논란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기대한다고 한데 이어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국민의 분노를 샀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옳다. 본인께도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 실장을 옹호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공직자에게 너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정책은 온당치 않다",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는 것은 억지스런 처사", "실수요 주택을 부동산 투기로 몰아 남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빼앗아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등의 글이 잇따랐다.
노 실장이 가족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반포 아파트까지 매각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관련 논란은 잦아들 전망이다. 

한편에선 노 실장이 솔선수범을 확실히 보여준 것은 향후 정부가 복수의 아파트  보유 및 투자·투기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의 후속 대책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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