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옥 미원초 금관분교장 교사

[기고] 이경옥 미원초 금관분교장 교사

운전을 하다보면 교차로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신호를 무시한 채 쌩하고 지나가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배달은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생명을 담보할 정도로 중요한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되짚어보면 우리는 빠른 속도에 가치를 두고 스피드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빠른 것은 명쾌하고 신속하여 후련함이 있고, 느린 것은 답답하고 속 터진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는 우리를 볼 수 있다. 스피드에도 중독이 있는 것일까?

스포츠는 속도의 쾌감을 맛보는 최고의 간접경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손흥민 축구선수가 70m를 질주하면서 수비 6명을 요리조리 따돌리고 골을 넣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초반에 넘어졌다가 역전하여 1위로 결승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은 정말 짜릿하고 감동적이었다.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거나 파일을 다운로드할 때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갑갑하게 느껴져 참지 못하고 하던 일을 그만둔다. 그리고는 다른 동영상을 찾아 인터넷 세계를 돌아다닌다. 꾹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나 다른 유사 자료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비슷할 텐데 말이다.

스피드에 대한 본능은 도로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는 한산한 도로에서 앞차가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여유있게 운전하면 앞차를 추월하여 빨리 가고 싶은 갈증으로 차선을 이리저리 변경하며 운전하게 될 때가 있다.

속도를 추구하다 보니, 빠른 것은 개인이나 사회에 이로운 것이 많으며 성공이라고 여기고, 느리고 천천히 하는 것은 불리하고 한 발 뒤처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다. 선수들은 스피드 기록을 더 단축시키려고 땀흘리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통신회사와 교통수단을 만드는 기업들도 정보처리 속도나 거리이동 시간을 좁히기 위해 기술과 역량을 모은다.

그러나 빨라서 이로운 것도 있지만 느려서 이로운 점들도 많이 있다. 천천히 가면 빨리 갈 때 좁고 얕게 보던 시야를 넓고 깊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실수가 적고 심사숙고하게 되어 결과물의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또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며 함께 갈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감염 속도는 전 세계를 마비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연휴에 발생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속도도 대단했다. 우리가 지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코로나19의 감염 속도를 최대한 늦춰서 매우 더디게 하거나 멈추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모임, 행사, 외출 등이 줄어들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이 느려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기회에 부지불식간에 익숙해진 속도의 재촉과 부추김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내 일상의 속도를 살펴가며 자신의 호흡에 맞는 속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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