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시대는 고대, 근대, 현대로 구분된다. 우리가 현대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우리의 조상은 근대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근대가 중요한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지식이 근대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공부를 잘하려면 근대를 잘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에서 배우는 뉴턴, 보일, 돌턴, 멘델, 다윈은 모두 근대인이었다. 그런데 과학기술에 관한 인류학적 철학적 연구로 현대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인 브뤼노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라는 책을 냈다. 그에 따르면, 근대를 만들어낸 창시자는 보일이다. 우리가 아는 과학자 보일이 한 가장 중요한 일은 “보일의 법칙”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중학교 1학년 과학교과서에서 매우 중요한 과학적 사실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라투르에 따르면 보일은 결코 “보일의 법칙”을 발견하지 않았다.

보일은 보일의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서 진공펌프를 개발하였다. 그런데 그 당시 제작 수준으로 볼 때 절대로 진공펌프로는 진공을 만들 수 없었다. 매우 기계가 조악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장치는 숨어서 조작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보일이 실험을 하는 동안 기술자 중 한 명이 숨어서 펌프의 작동을 몰래 조작하여 대중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조악한 기계의 결함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기계가 오작동을 상세히 묘사하고 그러한 오작동을 교정하는 힘들고 지루한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는 ‘과학실험 일지’를 제작함으로써 실험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생생히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또한 보일은 자신의 발견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재판을 흉내 냈다. 재판에서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사람이 증인이 되어주는 것이었다. 보일은 이를 흉내 내서 믿을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실험 장소로 모으고, 폐쇄되고 인위적으로 창출된 공간에서 관찰을 하도록 하여 자신의 법칙을 믿도록 하였다. 그렇게 하여 아무 것도 없다는 존재, 즉 진공이라는 것을 창조해 냈다. 실제로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근대에 만들어진 진공의 존재를 우리는 믿는다.

과학이 객관적인 진리를 다루는 엄밀한 학문이라고 믿는 사람은 근대인일 것이다. 그들은 종종 사기로 밝혀지는 실험일지의 기록을 믿고, 기계의 오작동으로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엄밀하게 실험한다면 증명될 것임을 믿으며, 신뢰할만한 유명 과학자들의 말을 믿는다.

그런데 이러한 근대를 처음 만든 보일은 그것이 거짓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만든 연극에 다른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고, 이 기술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전달하게 된 것이다. 객관적 사실이라는 존재를 믿는가? 사실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근대를 만든 보일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우리가 진정으로 근대인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 점을 꼭 알아야 한다. 그래야 라투르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근대인이 아닌 현대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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