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토종 속담성어로 홍만종이 1678년에 지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유래된 말이다. 순오지는 홍만종이 병석에 있을 때 보름만에 완성했다하여 '순오'(旬五, 15일)라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의 서유기는 물론 정철, 송순 등 우리나라 시가에 대한 평론과 함께 우리 역사나 사상에 대한 일화, 속언에 대한 내용 등 다양한 분야를 수록하고 있으며 부록에만도 130여종의 우리 속담이 함께 실려 있다. 홍만종은 그 뜻과 함께 그 말의 유래를 적어놓았다. 이곳에 실린 적반하장이란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것은 잘못한 자가 오히려 상대를 업신여기고 성내는 것을 빗댄 말이다"

도둑이 남의 집에 물건을 훔치려고 들어갔는데 주인에게 들키게 된다. 주인이 도둑이라며 소리를 지르자 이웃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러자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집어들고 "도둑놈 잡아라!"며 도둑이 아닌 척했다는 민담에서 유래된 말이 바로 적반하장이다. 또 적반하장이란 성어는 단순히 상대를 비난하는 의도로 쓰는 말이지만 특별히 품위가 없다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적반하장은 한국에서 오히려 교양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있다. 그래서 때로는 품위가 있다고 여기는 말이여 정당간의 논평에서도 단골 성어로 등장하는 표현이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이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이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밝히라는 지시를 내려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시 주석의 '진짜 발원지' 논란이 일단은 미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불똥이 한국에도 튈 가능성이 있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역유입'을 막기 위해 적반하장 격으로 이러한 논란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보도와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다고 해서 중국을 꼭 발원지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게다가 터무니없는 일은 코로나19의 발원설로 "우리나라의 신천지 교인이 1월 우한을 방문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잘못된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데 따른 긴장 완화를 다시 조이기 위해 엉뚱하게 해외 발원설을 이용한다는 추측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니 이것이 적반하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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