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사회적응 준비' 도입 취지·목적 변질

예산 낭비·인사적체 해소·퇴출 수단 악용 
충북도 "행안부 지침따라 시행…문제없다" 

[충청일보 배명식 기자] 충남도가 공로연수 단계적 폐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충북도와 각 지자체에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공로연수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을 2회에 걸쳐 기획 보도한다. 

충남도는 지난달 25일 내년 7월 인사부터는 공로연수 기간을 6개월로 통일하고 2022년 1월 인사에는 이마저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밝힌 충남에 반해 충북도는 '행정안전부 지침을 따르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무원 공로연수는 20년 이상 근속한 정년퇴직을 6개월~1년 남겨둔 공무원에게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1993년 당시 행정자치부 예규로 도입됐다. 

중앙정부의 각 부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제도를 폐지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사실상 의무제도로 자리 잡았다.

공로연수 대상자는 자신이 맡은 보직을 관두고 민간 연수기관 등 교육훈련기관에서 연수를 받게 된다. 

공로연수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는 몇 년 간 꾸준히 제기됐다. 

도입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나 예산 낭비와 인사적체 해소 또는 퇴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로연수 기간 중 공무원 신분은 그대로 유지되고 기본급과 수당이 매달 지급된다.

18종의 수당 중 일을 하지 않기에 당연히 받을 수 없는 특수지근무수당, 위험근무수당, 특수업무수당, 초과근무수당은 제외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자체 공로연수 인원(지방직)은 2018년 기준 4076명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돈은 1년에 3000억원 가량으로 1인당 7360만원(월 613만원) 수준이다. 

12일 기준 충북도 소속 공로연수 공무원은 모두 54명이다. 

2급 4명, 3급 2명, 4급 17명 등이다. 

9급부터 시작해 30년 근속한 4급 지방공무원(4급 25호봉)의 기본급은 월 519만원이다. 3급(24호봉)은 581만원, 2급(23호봉)은 634만원이다. 

행안부의 2018년 기준으로 하더라도 매달 3억3120만원 정도가 공로연수 공무원들의 급여로 지급된다. 1년이면 39억74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여기에 공로연수자가 비운 자리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소요 비용은 더 크다.

승진자가 발생할 경우엔 급여 인상에 따라 비용이 더욱 늘어난다. 

일도 하지 않는 공무원들에게 매달 수억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충북도는 별다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도 공로연수 담장자는 "지난해 행안부의 실태조사에 따른 지침에 맞게 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한다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무관심은 공로연수자 수만큼 결원을 보충하면서 직원들의 연쇄 승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승진에 불만이 있는 여러 공무원들을 한 번에 달래기에는 이만한 제도가 없다.

공로연수를 원치 않더라고 후배들의 승진을 위해 떠밀리듯 자리를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로연수를 거부하면 후배들의 승진을 막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일부 공무원은 사회적응을 위한 시간이 아닌 월급을 받으며 쉬는 기간으로 여기기도 한다. 혈세로 '승진 잔치'와 '유급 장기휴가'를 즐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누구나 오랜 기간 일한 직장에서 퇴직 후 사회 적응기가 필요한데 공무원에게만 급여를 주면서까지 적응 시간을 주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이다. 

한 퇴직 공무원은 "공로연수를 공직사회의 적폐로 보는 국민적 인식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도 수십년간 관행으로 굳어진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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