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겸 천안주재 국장] 지난 1일자로 8대 하반기 천안시의회가 출범했다.

출범 한 달도 안 됐지만 황천순 하반기 의장과 새 지도부는 뭔가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어째 좀 어설프다.

지난 13일 성성동 푸르지오레이크사이드(프르지오 4차) 아파트의 시행사가 분양가를 3.3㎡ 당 1400만원 올려달라고 한 요구에 대해 시의회 주관으로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시행사는 참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이고 원론적인 토론회로 결론을 냈다.

차라리 의장단이 행정부를 불러 시행·시공사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법적·행정적 제재 방안을 마련해 대처하라고 주문하는 것보다 못 한 꼴이 됐다.

14일에는 시내버스 요금 200원 인상과 관련해 요금 인상을 계기로 서비스 향상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반영되길 바란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고양이가 쥐 생각하듯 시의회가 시민을 위해 큰 걱정과 도움을 줄 것 같아 보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형식적인 충고다.

상반기 의장을 역임한 인치견 전 의장은 지난 2년 간 덕치로 무장해 행보에 있어서 묵직함과 신중함을 보여 여·야 시의원은 물론 행정부, 유권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후반기 황 의장과 새 지도부는 출범 한 달도 안 돼 전임 의장과 지도부보다 잘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설익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자는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된다(邯鄲學步·한단학보)'고 했다.

어떤 일을 할 시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결과를 놓고 볼 때 큰 차이가 있다.

하반기 의회가 출범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됐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뭔가 하려고 하는데도 추구하는 만큼 결론을 도출하지 못 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공자가 논어 위령공편에 '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공욕선기사 필선리기기)'라고 했던가.

'일을 잘 하려면 그 연장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라는 뜻이다.

새 지도부 출범에 맞춰 시의회가 일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열의는 느껴지지만 시민들한테 풋내를 들키면 안 된다.

재래시장 좌판 펼치듯 이것저것 각종 사안을 들쑤시거나 나서서 열거하지 말고 하나를 짚어도 날카롭고 정교하게 족집계처럼 짚어 내야 8대 하반기 시의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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