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The World's Most Extraordinary Homes)이란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시청했다. 세계 곳곳, 산 바다 사막 등등에 자리잡고 있는 집들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푸근하다. 도심에 있는 주택은 집안에 들어서자 도심이 아니라 완전 자연으로 변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감탄할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 소개되는 집들은 자연친화적이다. 집안에 자연이 있는가 하면 집밖에도 자연이 자리한다. 또 하나, 집의 안과 밖의 개념이 모호하다. 집안이라고 해서 안이 아니고 집 밖이라고 해서 밖만은 아니다. 자연과의 조화가 절묘하다. 집을 소개하는 건축 전문가 설명 공통점은 '집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집이 자연재해를 막아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연과의 단절을 꾀하지는 않는다.

전문건축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자연은 한번 훼손하면 복구하기가 힘들어요". 이들은 자연과 하나 된 건축물을 완성한다. 그러니 집안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자연에서 집 안을 즐길 수 있다. 프로그램 원제가 ~ Homes라는 것도 특이했다. 주택이니 Houses가 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House(집, 가옥, 주택, 주거)가 맞을 듯한데, Homes (가족이 함께 사는) 집, 생가, 주거, 자택, 제집)를 쓴 이유가 있는 듯했다. 

집이란 가족과 함께 사는 공간이란 점을 강조한 듯하다. 집은 가족이 함께 사는 공간이니, 편안하고 안정 돼야 한다. 집이 건축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먹고 자고 숨 쉰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어떤 집은 동네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불러서 식사를 함께하고, 또 다른 집은 지인들과 함께 하는 날들이 많아서 항상 북적인다. 나와 남의 소통이 일상화 되는 공간도 집이다. 

우리에겐 그런 집이 요즘에는 '부동산'으로 취급되는 것 같아 아쉽다. 아쉬움을 넘어 애처롭다. 집을 갖기 위해 이런저런 악전고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안쓰럽다. 동네에 가격이 통으로 매겨지고, 그 비교 때문에 비참해 지거나 교만해진다. 집이 아니라 부동산이다.

'집이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표어가 정답이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좋은 집이란 비싼 집이 아니다. 좋은 집이란 가족이 함께 행복을 만들어 가는 집이고, 그 집에서 인생의 의미가 하나씩 둘씩 자라나야 한다. 집 안팎에서 자연, 사람과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집을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때, 다른 집과의 소통 즉 다른 가족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집과 집이 이어질 때, 그리고 모여질 때 공동체가 제대로 협업과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다. 경쟁과 논쟁도 꼭 필요하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부족하고 논쟁이 없으면 합리적 판단과 결정이 어렵다. 경쟁에서 탈락한 패자에겐 부활전이 필요하다. 논쟁에서 소외된 이들에겐 다음번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모두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집=부동산'에서 '집=사는 곳'으로 생각이 바뀔 때가 언제일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