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코로나19로 어려운 때이다 보니 몇 달 채 모임도 못 나가고 아내와 함께 자가용으로 드라이브 중 고향을 지나다보니 내 마음은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부모님께서는 휴전 후의 어려운 시절에 공무원으로 근무하시며 7남매를 키우시다 공직을 사직하신 후 부모님께서 밤을 낮 삼아 생활하시어 자수성가 하시어 편하게 살아오셨지만, 그때는 어려운 형편일 때라 둘째아들인 제가 청주중에 입학하고자 했으나, 중학교는 음성에서 다니라하셔서 음성중에 입학 후에 형제를 위해서 자전거를 장만해 주셨다. 음성까지 9Km를 자전거로 많은 통학생들이 걸어가는 대열을 지나 통학을 했다. 

꽃피는 봄이면 하교 길에 한금령(漢錦嶺)에서 잠시 쉬어 잔디밭에 누워 꿈 많은 내일을 설계하고 진달래 향기에 취하기도 했고 단풍이 들면 사계절이 있는 내 조국이 자랑스러웠다. 한금령에 떨어진 빗물이 음성 쪽으로 흐르면 한강으로 흘러가고 보천 쪽으로 흐르면 금강으로 흘러가는 분수령(分水嶺)이다. 

대학 4학년 때 고시 공부 중 친구가 함께 65년에 총무처 국가행정직 5급 공채에 함께 시험을 치자해서, 합격 후에 육군입영이 통보된 상태라서 법학을 전공했다고 신체검사 중에 헌병으로 분류되어 1헌병대대에서 순찰은 맡지 않고 행정을 전담하다, 36개월 만기전역 후에 중앙청에 발령을 받았으나, 고시공부 한답시고 공부하던 중에 중등교사(역사과)에 합격하여 충주시탄금대를 지나 중앙탑이 있는 가금면으로 발령이 나자, 근무하다보니 서울의 국가행정직 공무원이 모교인 청주고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한 방울의 물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듯 청소년기의 진로의 결정과 진로지도는 한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 눈보라치는 겨울이면 걸어서 한금령을 넘어야 했고, 꽃피는 봄이면 진달래 향기에 흠뻑 취하기도 했던 중학교의 3년간은 내게 인내심을 길러주고 자연 속에 묻혀 청소년기의 나를 다듬어가던 값진 시절이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온실의 화초처럼 풍요로운 가운데 과잉보호를 받아가며 비바람 치는 세태를 외면한 채 온실 속에서 자란다. 온실 속의 화초는 밖에 내놓으면 곧 시들어 버린다. 청소년들이 비바람도 맞아보고, 노작교육을 통하여 친구들과 땀 흘리는 경험도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먼 훗날 그들이 세파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화 속에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이들에게 청소년 활동 등을 활성화시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 주자.

전쟁후의 가난했던 시절,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눈보라 속에서도 꿋꿋이 3년을 통학하며 어려움을 견뎌냈고, 봄이면 아름다운 진달래 핀 한금령에 누워 꿈 많은 청소년기를 보낸 시절이 내게는 정신적으로 부자였던 학창시절의 추억이었고 청주로 진학하려고 했는데 음성중에 입학해서 강의를 가면 중학교까지는 고향에서 다니길 권장했고 외지에서 근무하다가 고향에 첫 근무로 음성고 교장으로 부임하여 뵙게 된 어르신께서 "자네 고향에 왔다며"하시던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지금도 떠오르며 모교인 청주고 교사로 5년, 그 후 청주고 교장으로 16년 전 정년퇴직을 하게 된 것은 고향 근무와 함께 소중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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