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사자성어에 '물취이모(物取以貌)'라는 말이 있다. 외모를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 일뿐이므로 오래 사귀어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속이다. 그래서 흔히들 사람의 속을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는 우리 속담도 있지 않는가?

조선시대 황희 정승이 어느 날 누추한 옷을 입고 길을 걷다가 시장기를 느낄 무렵 잔치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래서 한 술 얻어 먹을까하여 그 집에 들어서니 하인들이 대문 앞에서 부터 정승을 막았다. 정승은 하인들에게 배가 고파 그러니 요기나 할수 있게 사정했으나 막무가내로 정승을 막았다. 얼마 후 그집에서 다시 잔치가 열렸을 때 정승은 사모관대를 갖춰 입고 그집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하인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주인도 버선발로 달려 나와 그를 맞이하고는 산해진미를 차려 내왔다. 그러자 정승은 잘 차려진 음식을 먹지도 않고 음식을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를 본 주인이 이상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묻자 황희 정승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전에 허름한 옷으로 찾아왔을 때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오늘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모두 이 옷 덕택이니 음식을 먹을 자격은 이 옷에게 있느니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최근 여권의 실세들이 잇따라 폭풍우처럼 미투 사건이 터지는 것을 보면 '물취이모(物取以貌)'라는 사자성어가 판박이처럼 들어맞아 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잇따른 '미투 폭로'로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만해도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배경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것이 그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나돌 뿐이다. 

물론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시청의 한  관계자는 "시장님은 그럴 분이 아니기에 단순 실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도 재임 중 성범죄가 잇따른 것을 보면 하나 같이 사람은 겉만 보고는 알수 없는 물취이모와 다를 바 없다.

겉으로만 정직해 보이고 뒤를 되돌아보면 속은 흉하기에 한마디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생각만 해도 기가 찰 노릇이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잇따른 미투 사건을 계기로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위 공직자는 모범을 보어야 하고 이중적 인간의 탈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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