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우리나라는 정치·행정·경제·사회·문화·복지 등 사회의 모든 기능이 여전히 서울에 집중돼 있다.

말로는 '지방자치'를 외치면서 현실은 '중앙집권'이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역 현안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로 발품을 팔러 가 아쉬운 소리를 한다.

이렇다 보니 서울 등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지방의 공동화는 계속 확대되면서 불균형 역시 가속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해 말 현재 수도권 인구가 남한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고 하니 몰려도 너무 몰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완성'을 21대 국회 첫 교섭단체 연설에서 제안했다.

그는 국회 전체와 청와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각 계에서 그동안 이런 주장이 없진 않았으나 공룡이 된 여당의 원내대표가 사석도 아닌, 국회 연설을 통해 공식 제안했다는 사실은 실현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이 제안의 핵심은 상기했듯 서울 등 수도권에 남아 있는 국회와 청와대 및 일부 행정 부처들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준행정수도 역할을 하는 세종특별자치시로 모두 옮기자는 내용이다.

2012년 7월 1일 세종시 출범 후 같은 해 9월 국무총리실부터 시작해 기획재정부 등 중앙행정기관 및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세종시를 비롯한 지방으로 대거 옮겨졌다.

하지만 정부 정책 심의와 입법을 하는 국회, 정부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지닌 청와대, 외교·안보 부처들은 여전히 서울에 남아있다.

결국 행정수도로서 세종시가 갖는 위상은 반쪽 짜리가 됐다.

'핵심'이 서울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세종시 등 지방에 온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수시로 양쪽을 오가는 등 행정력 낭비가 많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물론 김 원내대표가 당정 차원에서 추진 계획을 마련해 놓고 이런 발언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오던 목소리를 공론화한 수준이라 보면 될 듯하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국가 차원의 대 사업인 저 제안을 실행하기 위해선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함은 설명이 필요 없다.

행·재정적 문제는 차치해도 가장 먼저 걸리는 건 정당간 이해관계와 국민 동의다.

이번 제안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의 하나로 연결한 점도 주목된다.

지금 당장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게 실현이 돼 서울 등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어낸다면 장기적으로 집중 완화는 가능하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은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수도=서울'은 관습 헌법인 만큼 이를 폐지하려면 국민투표 등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 개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위헌 결정을 받았다.

세종시가 지금처럼 이도 저도 아니게 된 이유다.

당시 야당 등 반대론자들은 "입법부와 사법부 이전은 명백한 천도"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왕정을 펴던 고려나 조선 시대가 아니다.

현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젠 '서울 중심주의'는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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