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겸 천안주재 국장] 23일 박상돈 시장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지난 1995년 천안시 통합 이후 역대 시장 가운데 처음으로 시청 대회의실에서 한 첫 사례다.

이 기자회견은 전임 시장의 중도 낙마로 준비 없이 갑자기 시장직을 수행한 박 시장이 100일 동안 '그동안 잘했지요'와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재선도 해야지요'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조선시대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 첫장인 '부임육조' '제배' 첫 문장에 '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타관기구 목민지관 불가구야)'라고 했는데 이는 '다른 관직은 구해도 가하나 목민관은 스스로 구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목민관의 길이 외롭고 어렵다는 것을 말할 정도였다.

어쩌다 시장이 됐지만 박 시장은 취임 후 100일 동안 시장직을 오랫동안 수행한 것처럼 역대 시장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현장 실무형으로 업무를 수행해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시민들에게는 시정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00일 기자회견을 보면서 보궐선거로 당선된 2년 임기의 시장보다는 다음 선거를 꿈꾸고 있음을 느꼈다.

임명제 시절인 조선시대에도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 '해관육조'편에 재임을 논했는데 '고을에 재차 취임하게 되는 것은 정사에 빛날 일'이라고 했고, 재임의 선행조건도 달았다.

'백성을 사랑하고 사모해야 한다(因民愛慕·인민애모)'는 것이다.

독재 국가일수록 우러러보게 만든 동상이 많지만 민주국가에서는 흉상이나 벤치에 좌상을 주로 설치한다.

이유는 같은 눈높이와 생생한 동질감, 평범란 인물이라는 인식을 줘 만져보고 안아보고 때로는 사진도 찍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회견장에 '시민과 나란히 걸으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정을 펼치겠다'는 문구가 있었고, 그 초심을 잃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만 언제일지 모르나 시장직을 내려놓고 떠날 때 '고을의 부로들이 교외까지 전송나와 술을 권해 보내기를 어린아이가 부모를 잃은 것 같은 심정이 말에 드러나면 수령 역시 인간세상에서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父老相送 飮餞于郊 亦人世至榮也·부로상송 음전우교 역인세지영야)이라는 정약용의 글이 실천되기를 기자회견 100일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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