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지난 해 말 기준 수도권의 인구는 비수도권 전체 인구 수를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는 현상도 결국은 수도권 과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수도권 공공기관 100여 곳을 지방으로 추가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김사열 위원장이 지난 20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역혁신 생태계 조성방안'을 보고하면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언급한 게 시작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22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만나 이전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이틀 후인 24일 세종시 착공 13주년 토크 콘서트에서 "국가균형발전위의 1차 공공기관 이전 평가는 정리됐다. 2차 혁신도시를 어떻게 추진할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가 균형 발전의 핵심 전략이다.

수도권 집중화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하는 현 시국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필요하다는 데 물음표를 던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로 빚어지는 국가 경제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많은 공공기관을 지방에 배치함이 옳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153개 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세종시 19개 기관 종사자까지 합치면 이전 기관 종사자만 5만여 명에 달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큰 틀에서 볼 때 긍정적인지만 세세한 부분을 놓고 보면 신중히 다뤄야 할 문제다.

대상 지역 선정 과정에서 왜곡된 여론이나 정치 논리 등에 휘말려 효율을 떨어뜨린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알짜 기관'을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이해관계도 만만히 볼 수 없다.

이런 것들과 관련, 불필요한 논란이나 사회적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균형발전위는 1차 이전 결과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내용을 전문가들로부터 검증 받아야 한다.

당위성 면에서는 큰 이견이 없다고 해도 당장 내년이면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든다는 시간 제약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이전 대상 기관과 이전 지역의 구체적인 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의 이유다.
차일피일 늦춰지면 대선 국면과 맞물려 잡음이 일고 정치 쟁점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이슈 중 하나인 행정수도 이전과 달리 공공기관 이전은 헌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치 않다.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고 연말까지 로드맵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면 균형 발전의 핵심인 행정수도 완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비정상인 수도권 과밀화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는 없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말로만 끝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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