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충청의 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요즘 차를 바꿀 때가 된 지인들의 고민을 들어 보면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로 가야할지 아니면 미래의 대세라고 하는 전기자동차로 가야할지, 혹은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로 가야할지를 놓고 고민이 많은 듯하다. 우리는 당연히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자동차 보다 먼저 발명되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사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자동차에 비해 만들기 쉽기 때문에 5년이나 더 빠르게 대중에게 선보였고 1900년 미국 시장에서 전기자동차의 점유율은 38%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전기자동차는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 높은 가격 등의 문제로 빠른 대중화에 한계가 있었던 반면 내연기관자동차는 1913년 포드모델T가 컨베이어시스템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1920년대 미국 텍사스의 거대 유전이 개발되면서 기름 값 또한 저렴해져 전기자동차는 시장에서 퇴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100년의 시간 동안 몰락했던 전기자동차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 받게 된 것일까?

첫째,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비약적인 발전을 들 수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빨리 충전되고 무게는 더 가벼우며 출력 밀도는 더 높아 긴 배터리 사용 시간이 가능해졌다. 둘째, 정책적 측면에서 환경규제의 강화와 그린산업 육성정책을 들 수 있다. 2008년부터 화석연료 자동차에 대한 강력한 환경규제와 2015년 파리기후협약으로 인해 각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자동차를 아예 퇴출시키는 정책들을 연이어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셋째, 사회적 효율성 측면이다. 도시는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를 위해 막대한 주차공간을 내주어야 했고 너무나 많은 자동차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차량공유 플랫폼을 경험하게 되면서 차량을 소유하는 것 보다 필요할 때마다 크기와 용도에 맞게 빌려 쓰는 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이고 편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차량공유 시스템에서 효율적인 차량 반납을 위해서는 완벽한 자율주행시스템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통합된 배터리로 동력과 전기장비를 구동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며 관리하기도 쉽다.

또한 자율주행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 보다 차량의 반응 속도가 훨씬 빨라야 하는데 전기를 통한 차량 통제가 더 즉각적이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최근 전기자동차만 생산하며 자동차주 시가총액 1위에 오른 테슬라의 가파른 주가 상승만 봐도 시장이 바라보는 대세는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내연기관자동차로 인해 성장한 일부 산업은 내연기관자동차 산업의 붕괴로 존립에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내연기관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내연기관 부품생산 기업들뿐만 아니라 감소하는 석유소비로 인해 정유기업 및 해양플랜트 기업 등에게도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대세를 잘 따라가면서 과도기를 잘 넘겨야 하는 대책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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