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이 보직을 사임했다. 새 위원장을 선출함에 있어 도민의 지탄을 듬뿍 받은 '어깃장 놓기'를 되풀이 하거나 '위원장 자리 바꾸기' 같은 '꼼수'를 부려선 안 될 것이다. 

박문희 도의장은 지난 29일 정상교 도의회 산경위원장이 제출한 사임계를 최종 수리했다. 지난 14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산경위원장으로 선출된 지 불과 13일 만이다.

정 전 위원장은 상임위 소관 업무와 관련해 겸직금지 위반 논란이 일었다. 그는 충주 지역의 한 농업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위원장을 맡은 산경위와 업무 연관성이 있어 겸직 금지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결국 정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사임계를 냈고 위원회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도의회는 공석이 된 산경위 위원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

하지만 새 위원장 선출 과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충북도의회 민주당 내 갈등이 완벽하게 봉합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의장이 지명한 위원장 후보들이 상대 진영의 어깃장 놓기에 임명되지 못했던 절차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충북도의회는 후반기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박 의장이 지명한 산경위원장과 행정문화위원장 후보가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도의장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연철흠 의원측이 발목을 잡았다. 

근소한 차이로 의장 후보 경선에서 밀린 연 의원측에서 박 의장의 의견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본인도 선거를 통해 도의원이 됐음에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모순을 몸소 보여줬다. 

결국 계파 간 갈등으로 첫 회기부터 조기 종료 파행을 빚었고 원 구성에 보름이나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제 몫을 하려나 싶은 시점에서 정 전 산경위원장의 겸직 금지 위반 논란이 튀어나왔고 결국 사임까지 이어졌다. 

이번 사임과 관련해서도 정 전 산경위원장이 다른 상임위원장과 자리 바꾸기를 하려 한다는 정당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사임계 제출은 다른 상임위로 옮기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공식 절차일 뿐이며 상임위원장 자리를 고수하려 한다는 소문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런 '꼼수'를 과연 도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반기 시작부터 감투·자리싸움으로 보름이나 멈춰서 있더니 자리 욕심에 또다시 비난을 자초하려 하다니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불쾌할 뿐이다. 

중국 진(秦)나라 혜왕(惠王)은 이웃인 촉(蜀)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길이 너무 험해 공격이 쉽지 않았다. 혜왕은 소 조각상을 만들고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 넣은 뒤 촉왕에 대한 우호의 예물을 보낸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들은 촉왕은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반대하던 신하들의 간언을 듣지 않고 진나라 사신을 접견했다.

사신의 헌상품 목록을 본 촉왕은 욕심에 눈이 멀어 소 조각상을 가져오기 편하도록 새로이 길을 만들었다. 진나라는 헌상품을 보내는 척 군사를 보냈고 촉왕은 직접 이들을 맞이했다. 진나라 군사들은 숨겨둔 무기를 꺼내 촉왕과 대신들을 잡았고 15만에 이르는 군사를 출동시켜 촉을 멸망시켰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유래라고 한다. 

상임위원장이란 자리가 민의를 배신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상임위원장 한 두 명의 문제가 아니다. 충북도의회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한 번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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