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차박차박 새벽길 밟는 소리에 잠이 깼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상이 잠든 시간에 오는 비는 소곤거리듯 내리고 새벽에 내리는 비는 잠을 깨운다. 어둠을 헤집고 내리는 빗소리에 몸도 마음도 젖어든다. 세포 결 사이로 스며드는 비는 또 다른 것들을 창조 해 내기 위한 밑거름인 것을.

열어젖힌 창문으로 훅 들어 온 흙냄새, 초록향기를 품은 바람결이 잠에서 덜 깬 세포들을 깨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 했던가. 비에 젖은 새벽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대체로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시간에 비가 내리면 질척거려서 싫었다. 그럼에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은 6월부터 시작 된 폭염에 지쳐 있었던 탓이려니. 7월 들어서면서 장마가 시작 되었고 간간히 내려주는 비는 폭염을 달래는데 한 몫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선 집중호우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집중호우, 봄의 실종, 폭염 그리고 삼한사온이 형성되지 않음을 통해, 기후가 점점 예사롭지 않아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라고 하는 기후학자들은 이제는 심각하게 기후위기에 대처 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고통 받기 시작했다. 한쪽에선 홍수로 또 다른 한편에선 가뭄과 폭염에 시달리고 일부에선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폭염은 매 해년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게다가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빙하는 우리가 근접해서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별 관심이나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나 미세먼지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것은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상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이 되므로 지구상에서 인류가 문명을 영위해 나가는데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한다. 빙하가 녹으면 지구의 기온이 더욱 상승하게 되면서 동·식물은 물론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활, 생태계의 변화, 새로운 질병의 발생 등등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 역시 그런 이유라고 한다. 미세먼지는 5일정도면 햇빛과 반응해 사라질 수 있고 코로나는 언젠가 백신을 개발하면 되지만 기후위기는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한다. 어느 기후학자의 말을 빌리면 ‘기후위기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 훨씬 더 위기다’ 고 했다. 기후위기의 주범은 온실가스라고 한다. 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점점 더 축적되어가는 것이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지구의 기온 상승폭이 커진다고 한다. 기후위기에 대처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온실가스를 줄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로 우리가 병들게 한 이 지구를 우리의 소중한 후손들에게 물려 줄 것인가.

우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실천해 간다면 분명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종이컵 대신 개인 컵 사용하기, 비닐대신 장바구니를, 플러그 뽑아두기, 냉, 난방 적정온도 유지하기, 절수하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등등 그 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서 더 크게는 국가에서 국가로 나아가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 간다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마음껏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지구를 물려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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