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결혼한 지 20년 된 100쌍의 부부 중 남편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약 40%가 '그렇다.' 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을 그들의 아내에게 했더니 3명 외에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찬성한 세 여자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게도 지금의 남편을 사랑하십니까?'

돌아온 대답은 이렇다.

'아니요.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놈이 그 놈일 것 같아서요.'

부부인데도 남편과 아내가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거의 5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이혼율의 근거이다.

왜 이렇게 같이 살기가 어려울까?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버지학교의 교육 내용을 요약하여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성장과정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가풍 속에서 살던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너 없인 못 살겠다.'며 결혼을 하지만, 콩깍지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모든 것이 좋아 보이던 상대방의 실체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곤 배우자의 너무도 다른 습관과 언행을 나에게 맞추려는 시도가 계속 좌절되면서 '너 땜에 못 살겠다.'는 전쟁 선언을 하는 것이다.

다음은 기질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사람은 서로 다른 기질을 타고 난다. 어떤 이는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뛰어나 밖으로 나도는 시간이 많은데 어떤 이는 내향적이어서 집안에 있기를 좋아한다. 어떤 이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상황을 좋아하는데 어떤 이는 조용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결혼 전에는 나와 다른 성격을 좋아하고 나의 부족한 것을 채워줄 것이라 생각했던 그 다른 점들이 같이 살면서부터는 고통의 터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남녀의 차이이다. 성장과정이나 기질의 차이는 시간이 가면서 이해도 되고 포기도 되지만 남녀의 차이는 살수록 넘기 어려운 고개이다.

남자는 대개 시각적이고 후각적이며 결과지향적인데 여자는 청각적이고 촉각적이며 과정지향적이다. 남자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잘 하는데 여자는 한 번에 여러가지를 할 줄 안다. 남자는 고민이 생기면 자기만의 깊은 동굴에 들어가 침묵하는데 여자는 주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한다. 남자는 대개 같은 음식점을 가서 단골을 만들어야 맘이 편한데 여자는 여러 음식점을 순례하며 즐긴다. 남자는 침묵을 금(金)으로 아는데 여자는 침묵을 금(禁)으로 안다. 남자는 하루 약 1만5천 단어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여자는 3만 단어를 사용한다. 남자는 스포츠와 뉴스가 굉장히 중요한데 여자는 드라마와 연예계 소식이 소중하다.

마라톤보다 더 긴 부부생활의 곳곳에서 이런 차이는 계속 두 사람을 괴롭힌다. '성격 차'를 이유로 보따리를 싸지만 사실 알고보면 '성 격차'인 것을 모르고 내리는 결정이다.세계 평화와 북한의 핵 문제 때문에 싸우는 부부가 어디 있는가? 사소한 것 가지고 유치한 다툼을 하다가 사랑한다고 껴안는 고슴도치 부부처럼 서로 찌르며 피를 흘리는 것 아닌가?

그 놈이 그 놈인데, 지금까지 비위 맞추며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다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것은 참 현명하다.

그렇다. 바꿔 봐야 별 거 없다. 맞춰서 잘 쓰자!

유치원 아이들의 가장 큰 소망은 놀랍게도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는 것'이다. 부모 속 썩이는 자식이야 흔한 일이지만 자식 속 썩이는 부모가 급증하는 시대다. 자식은 부모의 말을 듣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등을 보고 자란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자녀에게 대물림 된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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