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달 31일 전격 시행됐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법안이다. 주택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다수 국민의 주거 안정임을 고려할 때 정부는 법이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들의 대한 보완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진행해야 한다. 이번 임대차법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기존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기간 종료 후 2년 더 연장해 살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재계약 때 임대료를 직전의 5% 넘게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전월세 상한제'다. 

집주인은 본인이나 직계존속·비속의 실거주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는 최소 4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 수 있게 된다. 

또 집주인이 마음대로 임대료를 인상할 수 없게 된다. 계약할 때마다 '을'로 살아온 세입자의 권리가 대폭 강화된 것이다. 

'전월세 신고제'가 오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 제도 개혁이 완성된다.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후 30일 내에 계약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는 제도다. 신고 시스템이 구축되면 신고 내용을 통해 임대료와 임대상황 등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세입자는 임대료 수준 등을 참고하면서 임대주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임대차 의무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1년 제정됐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재계약시 전세금 인상 요구에 다른 살 곳을 찾아다녀야 했던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제정된 법이었다. 이후 39년만에 전월세 제도가 대폭 변화한 것이다. 

약 870만에 달하는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장치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 보호는 국가의 기본 책무인데도 보호망이 너무 허술했다. 

거주 보장 기간이 2년으로 너무 짧은데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일방적으로 대폭 올려도 세입자가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18·19·20대 국회에서 세입자 보호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됐다. 

반면 긍정적인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이후 쉼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오름폭이 더 커지고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전에 집주인은 전셋값을 올리거나 기존 세입자들 내보내려고 월세로 전환하면서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졌다. 

또 이 법이 기존 계약자에게만 적용되는 만큼 신규 진입자는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해야 하는 경우도 우려된다. 

집 주인 입장에서는 4년(2년+2년) 후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 5% 인상률 제한 없이 계약하는 게 유리하다. 따라서 더 오랫동안 살 수 있었던 세입자도 4년이라는 상한선이 생길 수도 있다. 

전세 대신 월세가 늘어나면서 전세 제도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입자를 위해 만든 법이 도리어 세입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관련 정책과 법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방조는 서민들의 주거안정, 행복추구권 등을 외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번 임대차 3법은 서민 주거 안정을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의욕적으로 추진된 이번 법과 부동산 정책들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선 안 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이번 법안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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