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며칠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모 장관이 야당 의원의 질의에 “소설을 쓰시네”라는 조롱성 발언을 하여 논란이 일었다. 이 글은 한 나라의 장관이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따지고자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관의 입에까지 오르내리며 조롱의 수단으로 활용된 소설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소설은 사전적으로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미는 산문체의 문학 양식으로 정의된다. 그것은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그렇듯이 소설은 사실이나 상상력에 토대를 둔 허구적 이야기이지만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Reality)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얼리티는 진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이 결여된 소설은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가 없으니 소설로 보기가 어렵다. “소설을 쓰시네”라는 말속에는 ‘사기 치지 마라,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라’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소설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쓴 말을 아니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최근 소설가들은 작품을 창작할 거리가 없다고 탄식하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소설을 앞질러 가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래도 한국소설은 꾸준하게 제자리를 지키며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허균의 ‘홍길동전’ 이후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홍명희의 ‘임꺽정’, 조정래의 ‘태백산맥’, 박경리의 ‘토지’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러한 작품들은 시대적 고비마다 시대정신(Zeitgeist)을 표현하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시대정신이란 1769년 독일의 헤르더가 처음 사용한 이래 괴테와 헤겔에게 이어졌다고 알려진다. 그것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절대적 정신으로 역사적 과정이나 보편적 정서 및 민족정신과 결합한 용어로 인식된다. 시대정신은 국민이 모두가 지향하는 공통적 규범과 가치가 내포되어야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이 시대에 소설가 몇 명이 ‘코로나19-기침소리’라는 소설집을 출간하여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21세기 초유의 신종 감염병 코로나19로 바뀐 삶의 풍경을 작가마다 다양한 색깔로 펼쳐 보인다. 아울러 한발 물러나 우리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며,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하여 고민한 모습을 그려내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시대의 소설가는 시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여 시대정신을 올곧게 간파하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책무를 진다. 이러한 책무를 제대로 이행해야 소설이 조롱거리로 활용되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방법들은 소진되고 자극들은 약화된다. 새로운 문제들이 부상하여 새로운 기교를 요구한다. 현실은 바뀐다. 현실을 재현하기 위해 재현의 수단도 또한 바뀌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