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일하는 국회, 협력하는 국회를 가치로 새롭게 문을 연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는 국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이에 맞서고 있는 야당은 무기력한 모습이다.

최근 '임대차 3법' 처리를 놓고 보인 모습은 국회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ㆍ전월세신고제)을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뒤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법사위에서 임대차 3법이 처리되자 "민주당 다 해 먹어라","이게 독재다"라고 소리치면서 회의장을 빠져나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8일에도 '부동산 3법'(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 11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심사를 요구했지만 모두 묵살당하고 말았다.

통합당은 176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횡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고 명분을 세우고 있지만 이는 하나의 핑계에 불과하다.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를 본인 스스로가 무시하는 행동인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을 인정해 명분이 있다고 치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야당의 문제 제기 역시 국민의 목소리로 무시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화와 설득,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거대 여당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이 민주당에 의석을 몰아준 것은 이를 주도적으로 하라는 것이지 일방적인 결정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시 개원 연설을 통해 "대결과 적대 정치를 청산하고 협치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협치 비슷한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통합당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당 '독재'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상임위원장을 포기한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여준 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5분 발언은 야당의원으로써 품격을 보여줬다.

이날 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혼자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자유발언을 했다. 

경제전문가인 그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제가 지난 5월에 이사했는데 이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의 연설 동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에서 널리 퍼졌다. 

이에 자극받은 통합당 초선의원들이 4일 본회의를 위해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쟁 과잉, 토론 부재' 국회에서 모처럼 다른 모습을 보여준 사례이다.

여당은 여당으로서의 협치를. 야당은 야당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새롭게 20대 국회가 순항하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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