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나는 자연인이다’는 중장년층에서 히트한 프로그램이다. 주인공인 일반인이 한명 출연하고 방송인이 그를 찾아가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함께 경험하고 얘기도 나눈다.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참된 행복의 의미를 전한다.”라는 취지로 2012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유명 연예인이 출연해도 석 달을 버티기 힘든 상황에 지금까지 8년을 지속해 왔다.

집을 짓는 것은 기본이고 먹을 것도 스스로 해결하고 검소한 옷차림에 대자연을 누비며 이름 모를 약초들을 캐고 빗물을 받아서 쓰거나 우물도 만들고 토굴에서 꺼낸 음식은 자연 냉장고 역할을 톡톡히 해서 상하지도 않는다. 조미료는 별로 넣지 않는 신기한 조리법의 음식도 별미로 보인다.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

저렇게 재주가 많은 능력자 분들이 왜 자연에서 혼자 생활할까? 이런 나의 궁금함은 프로그램이 시작한지 30분이 지나면 풀리기 시작한다. 최고로 잘나가던 시기에 사업이 부도가 나서 고생을 하기도 하고, 믿었던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몸이 아파서 치유하기 위해 들어오기도 하고 사고무친의 분들도 계시고 가족들은 도시에 살고 혼자 산에서 살며 오고가는 분들도 계시다.

모든 것이 자본의 가치로 측정하는 시대에 인간성은 말살되고 도구화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두려움에 지친 몸과 마음은 위로와 사랑이 필요하고 ‘나’의 회복이 필요해지는 시점에 자연인들은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다. 뭔가 쟁취하고 경쟁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신념대신 영적인 존재인 인간성을 회복하며 ‘나’ 자신이 도구화되기를 거절하고 그들은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시작점인 자연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품었다.

도시에서는 그들이 누리는 것이 모두 돈을 지불해야 한다. 물 한잔도 돈을 주고 사먹는 곳을 떠나 하늘에서 내려주는 빗물을 자신이 만든 도구로 정화시켜 마시고 채소를 씻은 물은 밭에 다시 준다. 핵발전소를 짓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도 그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밤이 되면 별빛과 달빛에 비추고 작은 전구 하나로도 충분하며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은 달과 별이 조용해지기 전에 잠든다. 아팠던 사람도 건강을 되찾는다. 현대의학으로 치료되지 않아 마지막 선택으로 산으로 가서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좋은 공기를 마신 것만으로 회복된 얘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분으로 존재하며 살아간다. 세상은 우리를 추궁하고 죄책감을 자극하고 모든 고통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운다. 연륜도 있고 삶을 통해 어떤 위치에 올라가 있으며 가정에서 열심히 살아왔던 중장년들의 공허함의 비밀은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지 못하고 가정이나 일터에서 ‘도구’로서 살아온 나의 자각이다. ‘인간소외’는 사회문제만은 아니며 각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막강하다. 조건 없는 사랑은 두려움을 없애고 두려움이 없는 우리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나를 사랑하고 회복하기로 지금 당장 결정하자. 우리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진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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