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된 조선인에 대한 배상 문제를 놓고 일본 측이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을 압류하는 절차인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효력이 4일부터 발생하자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즉시 항고키로 한 데 이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보복을 추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압류 대상 자산은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사인 PNR 주식이다.

일본제철이 오는 11일까지 즉시 항고하지 않으면 압류가 확정되기 때문에 이같은 반응은 저들의 입장에선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앞서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징용 관련 문제는 국가간 정식 합의인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일본제철의 입장도 이와 하등 다를 게 없다.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점이 국제법적으로 인정되고, 일본 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있었는데 아베 정부는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으면서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적당한 대응'을 거론하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보수를 중심으로 한 일본 언론은 주한 일본대사 소환, 비자 발급 엄격화, 보복 관세,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금융 제재 등을 거론한다.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며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국제법 위반'을 앞세우며 진실과 마주하길 거부한다.

아니, 저들 머릿속 진실은 이미 저대로 각인돼 있는지도 모른다.

완고해도 이렇게 완고할 수가 없으니 분노를 넘어 어이가 없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해 한·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1+1' 안을 일본에 제안했으나 거부 당했다.

피해국임에도 갈등을 해결할 해법을 만들어 보려는 우리나라에 대해 일본은 여전히 고자세다.

징용 배상 판결을 겨냥한 명백한 보복인 수출 규제를 거둬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교 협의에서도 한국이 청구권 협정을 깼으니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절차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대체 언제까지 일본의 저 추악한 태도를 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같은 전범국이면서도 독일은 지금까지 사과를 이어오고 있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도 모자랄 판에 진정성은커녕 협의를 하려는 자세 조차 보여주지 않는 일본을 보면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역사 인식과 지난 과오에 대한 책임감이 조금도 없음을.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처럼 양 국간 긴장 수위를 이렇게 높일 수가 있을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서 일방주의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한국 내 반일 감정이 치솟을 대로 치솟아 협상의 가능성도 없어지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게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까.

아베 정부는 이제라도 한국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 개선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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